아내랑 난임검사 시작하면서 저도 같이 검사받았습니다. 병원에서 맨날 검사 설명하는 쪽에 있다 보니, 솔직히 가기 전까지는 좀 쉽게 봤어요. 피검사처럼 금방 끝나겠지 싶었고, 괜히 민망하단 얘기도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막상 제 차례 되니까 사람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더라고요.
접수하고 대기하는 시간부터 좀 이상했습니다. 누가 저를 쳐다보는 것도 아닌데 혼자 괜히 의식되고, 별거 아닌 안내문 한 장도 유난히 크게 보이고요. 검사실 안내받는 순간엔 더 그랬습니다. 의사라서 이런 시스템이 왜 필요한지 머리로는 아는데, 몸은 또 따로 반응하더라고요. 긴장하면 더 안 되는 검사라는 걸 아니까 그게 더 부담됐고요 ㅠㅠ
끝나고 나오는데 생각보다 기분이 묘했습니다. 결과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혼자 점수표 받은 느낌이랄까. 남자들은 이런 쪽 검사에서 자존심이 괜히 먼저 튀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똑같았어요.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혼자 찔리고, 괜히 말수 적어지고 ㅋㅋ
그래서 오히려 아내가 그동안 받았던 검사들이 좀 다르게 보였습니다. 산부인과 검사는 기본적으로 불편하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사람을 지치게 하잖아요. 그걸 여러 번 지나오면서도 담담하게 있던 게 쉬운 일이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습니다. 저는 검사 하나 받고도 이렇게 마음이 오락가락했는데요.
결과가 좋든 아니든, 검사 자체가 사람을 조금 작아지게 만드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특히 남자는 이걸 자꾸 회피하고 싶어하는데, 막상 해보면 괜히 버틴 시간이 더 아깝더라고요. 저도 이번에 해보고 나서야 아 그냥 빨리 같이 볼 걸 그랬다 싶었습니다. 별말 아닌데도 계속 남아서 한번 적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