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체한 줄 알았어요. 명치 쪽이 묵직하고 밥 먹으면 배가 금방 빵빵해지는데, 나이 먹으니까 소화도 예전 같지 않네 하고 넘겼죠. 40대 되면 몸이 아니라 중고차라는 말 누가 했는지 몰라도 진짜 너무 정확함... 어제까진 멀쩡하던 데가 오늘은 덜덜거려요.
근데 이상한 게 며칠 지나도 안 풀리는 거예요. 트림만 계속 나오고, 새벽에 속이 쓰려서 깨고, 커피 한 잔 마시면 속에서 난리 남. 처음엔 편의점에서 소화제 사 먹고 버텼는데, 그게 잠깐이지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회사에서 회의하는데 식은땀 비슷하게 올라올 때는 좀 쎄했어요. 괜히 집중 안 되고, 표정 관리까지 해야 되니까 더 짜증남 ㅋㅋ
그래도 사람 마음이 웃겨요. 병원은 또 미루게 됨. 큰일 아닐 거라고 혼자 판정 내리고, 검색은 또 오지게 함. 검색하면 늘 그렇듯 가벼운 위염부터 무서운 거까지 풀세트로 나오니까 더 못 가겠더라고요. 겁은 나는데 가기는 싫고. 딱 그 중간에서 며칠을 질질 끌었어요. 이런 데 쓸 에너지가 있으면 그냥 진작 갔어야 했는데.
결정적으로 간 건 밥 두세 숟갈 먹고 갑자기 울렁거려서 화장실 뛰어간 날이었어요. 토할 정도까진 아닌데, 아 이제 몸이 나한테 최후통첩 보내는구나 싶더라. 병원 가서 얘기하니까 의사가 오래 참았냐고 하던데, 그 말 듣는데 좀 민망했어요. 참긴 뭘 참아, 그냥 귀찮아서 튄 거지. 약 먹고 식사 조절하니까 며칠 뒤엔 좀 가라앉긴 했어요.
그 뒤로 느낀 건 대단한 깨달음 이런 거 아니고, 몸이 계속 같은 신호 보내는데도 내가 못 들은 척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잠깐 아픈 거랑 며칠씩 이어지는 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특히 밤에 깨거나, 식은땀 나거나, 먹는 게 겁날 정도로 불편해지면 그때는 오기 부릴 타이밍이 아니었음. 자존심 세워봤자 위장이 박수 쳐주는 것도 아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