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이랑 간수치가 또 걸려서 동네 내과 갔다 왔음. 원래 작년 수치랑 비교해서 어느 정도 튄 건지 보고 움직이는 편인데, 이번엔 ALT가 생각보다 더 올라가서 좀 찝찝하더라. 아침에 일부러 물만 마시고 갔고 집에서 혈압 재고 간 값도 메모해감. 이런 거 안 적어가면 진료실 들어가는 순간 머리 하얘져서 맨날 하나씩 빼먹음 ㅠㅠ
근데 의사 만나자마자 체중부터 보는데 괜히 기분 긁힘ㅋㅋ 숫자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거든. 지난 8개월간 3.4kg 늘었고 허리둘레도 늘었고, 주 3회 걷기 깨진 것도 알고 있음. 그래서 그 얘기 먼저 하려고 했는데 일단 초음파 한 번 보자고 해서 바로 누웠음. 누워 있으니까 아무 말 없이 화면만 보는데 그 몇 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별거 아니면 빨리 말해주면 되는데 사람 쫄리게 만듦.
결과는 지방간 소견 조금 있고 혈당은 아직 약 먹을 단계까진 아니라는 쪽. 듣고 나니까 안심되기보단 애매해서 더 짜증났음. 약도 아니고 완전 정상도 아니고, 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느낌 있잖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구간이 그거임. 차라리 기준선 넘었다고 하면 체크할 포인트가 명확한데, 애매하면 또 몇 달 동안 숫자 붙잡고 들여다보게 됨.
그래도 진료 자체는 생각보다 괜찮았음. 내가 검진표 프린트해 간 거 보더니 예전 수치랑 최근 체중 변화까지 같이 보고 말해주더라. AST, ALT, 중성지방, 당화혈색소 순서로 짚어주는데 그건 마음에 들었음. 대충 "운동하세요" 한 줄로 끝내는 데도 많은데 최소한 왜 이런 얘기 하는지는 설명해줘서. 대신 술 얼마나 마시냐 물을 때 내가 "주 1회, 소주 반 병~한 병" 이랬더니 표정이 이미 답 정해놓은 표정이라 좀 웃겼다.
집 와서 다시 보니까 결국 내가 싫어하던 패턴 그대로임. 야식 늘고, 잠 줄고, 걷기 빠지고, 수치는 반응하고. 몸은 거짓말 안 한다는 말 너무 뻔해서 싫은데 이번엔 좀 열받게 맞아떨어졌음. 일단 6주만 다시 기록 붙여보려고 혈당, 체중, 수면시간 엑셀 새로 팠다. 병원 한 번 갔다 왔더니 병명보다 열이 더 오른 건 엑셀 파일 개수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