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속이 자꾸 더부룩하고 밥 먹고 나면 명치가 꽉 막힌 느낌이 들어서 내과 갔어요. 그냥 체했나 보다 하고 넘기다가 은근 오래 가니까 사람이 별생각을 다 하게 되더라고요. 밤에 누우면 더 신경 쓰이고, 인터넷 조금만 봐도 무서운 얘기만 줄줄 나오고ㅠㅠ 그래서 결국 검사 잡았는데 예약해놓고 나서부터가 더 싫었어요. 아픈 것도 아픈 건데 기다리는 시간이 사람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느낌.

당일 가서는 별거 아닌 척했는데 막상 순서 가까워지니까 심장이 괜히 빨리 뛰더라고요. 병원 특유의 냄새 있잖아요. 그거 맡고 앉아 있으니까 괜히 더 환자 된 기분... 옆자리 사람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데 저만 혼자 긴장한 것 같고. 간호사분이 설명해주는데 듣는 둥 마는 둥 했어요. 머릿속으로는 자꾸 이상한 쪽으로 생각이 가서 ㅋㅋ 참 별거 아닌데도 사람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검사 자체는 생각했던 것보단 빨리 끝났어요. 근데 끝나고 나서 바로 개운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어요. 몸보다 기분이 먼저 축 처지는 느낌. 내가 이렇게까지 겁이 많았나 싶고, 평소에 멀쩡한 줄 알았는데 병원 한번 오니까 갑자기 여기저기 다 신경 쓰이더라고요. 의사 선생님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식으로 말해줘도 그 한마디 완전히 듣기 전까지는 귀에 아무것도 안 들어왔어요. 그 짧은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가는지.

이상한 게, 결과 듣고 나니까 안도감보다 먼저 허탈한 게 오더라고요. 며칠 동안 혼자 너무 겁먹고 있었던 거 아닌가 싶어서. 그렇다고 또 안 가자니 그건 아니고... 참 애매해요. 평소에는 바쁘다고 내 몸 뒤로 미루다가 막상 병원 가면 별일 아니어도 혼자 마음 다 쓰고 오는 거. 집에 와서 국 데워 먹는데 그제야 살 것 같았어요. 별거 아닌 일상인데 그런 게 그렇게 반갑더라고요.

예전엔 검사 받으라 그러면 괜히 겁부터 나고 미루기부터 했는데, 이번엔 다녀오고 나서도 속 시원하다 이런 느낌보다 그냥 아 사람 참 간사하다 싶었어요. 아플 땐 최악 상상하고, 별일 없으면 또 금방 잊고. 그래서인지 이번엔 결과지보다 기다리던 내 표정이 더 생각나요. 긴장해서 입 바짝 마르던 거, 괜히 창밖만 보던 거. 그런 날은 하루가 괜히 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