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배가 좀 꼬이나 보다 했어요. 아침에 출근하려고 씻고 나오면 화장실 한 번 들르는데, 그때부터 뭔가 이상했음. 배가 살살 아픈 게 아니라 진짜 안에서 비트는 느낌으로 오고, 변 보고 나와도 시원한 게 없고 또 바로 가고 싶고... 회사 가서도 오전 내내 화장실만 들락날락했어요. 민망한 건 둘째치고 일하다가 식은땀 나는 게 사람 돌아버리겠더라구요.

며칠은 장염인가 싶어서 죽 먹고 커피 끊고 약국 약으로 버텼는데, 문제는 피가 보인 거. 완전 새빨간 건 아니고 약간 점액 같은 거랑 섞여서 나오는데 그거 보는 순간 괜히 심장 철렁했어요. 근데 또 웃긴 게 막상 병원 가려고 하면 그날은 덜 아픈 느낌 남 ㅋㅋ 그래서 에이 별거 아니겠지 하고 미루게 됨. 이런 거 왜 꼭 밤에 누우면 별생각 다 나는지 모르겠음.

저는 원래 치질이 좀 있어서 더 헷갈렸어요. 이게 그쪽 때문인지 장쪽 때문인지 구분도 안 가고. 앉아서 일 오래 하니까 원래도 불편한 날이 있었는데 이번엔 배까지 같이 아프니까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밥 먹고 나면 바로 신호 오고, 참으면 배가 빵빵해지고, 막상 가면 조금만 나오고... 진짜 사람 성격 이상해짐. 괜히 예민해져서 집에서도 말수 줄고.

어제는 점심 먹고 회의 들어갔다가 식은땀 줄줄 나서 중간에 나왔어요. 화장실 가는데 다리에 힘 풀리는 느낌까지 와서 그때 좀 쫄렸음. 피도 또 보이고. 여기까지 오니까 아 그냥 쪽팔린 거 따질 때가 아닌가 싶다가도, 또 내과 가서 이런 얘기 꺼내는 거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모르겠어요. 항문외과를 가야 하나 내과를 가야 하나 그것도 헷갈리고. 검색만 하면 무서운 얘기만 잔뜩 떠서 더 짜증남 ㅠㅠ

오늘도 아침부터 배가 묵직하고 컨디션이 영 별로네요. 열이 막 나는 건 아닌데 몸이 축 처지고, 괜히 얼굴색도 안 좋아 보이는 것 같고. 버티다 가면 괜히 혼날 것 같고, 별일 아닌데 오버하는 건가 싶다가도 피 보이는 건 진짜 기분 더러워서 못 넘기겠어요. 주말만 기다리다가 병원까지 미루는 내 꼴도 한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