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 다니면서 제일 자주 드는 생각이 “내가 원래 이렇게 쉽게 지치는 사람이었나”예요. 서른 딱 되고 나니까 체력도 체력인데, 마음이 먼저 닳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얼마 전엔 별것도 아닌 일로 팀장님 앞에서 순간 말이 턱 막혔어요. 자료 수정 요청 받은 건데 분명 어려운 내용도 아니었거든요. 근데 며칠째 자잘한 업무가 계속 쌓여 있었고, 메신저는 울리고 메일은 밀리고, 점심도 대충 먹은 상태라 그런지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어요. 그 순간이 되게 민망한데 또 묘하게 서럽더라고요.

예전엔 “이 정도는 다들 버티지” 하면서 넘겼는데, 요즘은 그렇게 덮는 것도 한계가 있나 봐요. 퇴근길 지하철에서 멍하게 앉아 있는데, 내가 오늘 하루 종일 한 일이 뭔가 싶고 괜히 자책하게 되고요. 집에 와서 씻고 누우면 몸은 피곤한데 잠은 또 바로 안 와요. 그래서 한동안은 자기계발 영상 같은 거 틀어놓고 “마인드셋을 바꿔야 하나” 했는데, 솔직히 더 조급해지기만 했어요. 요새는 오히려 아침에 커피 마시기 전에 창문 열어놓고 5분 가만히 있는 게 저한텐 좀 도움이 될 수 있더라고요. 엄청 대단한 방법은 아닌데, 적어도 하루 시작할 때 숨이 좀 붙는 느낌?

회사에서는 티 안 내고 싶은데, 또 계속 괜찮은 척만 하자니 제가 저를 속이는 기분도 들어요. 다들 이런 순간 오면 어떻게 넘기세요? 그냥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라도 루틴을 만들어야 하는 건지 궁금하네요. 저처럼 별일 아닌데 갑자기 멈칫했던 적 있는 분들 있으면 얘기 좀 듣고 싶어요. 괜히 저만 유난인 건가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