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시작한 지 2년차쯤 되니까, 예전이랑은 좀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빨리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증상이 안 오기만 바라면서 하루를 버티는 느낌이었고, 약 먹는 것도 상담 가는 것도 다 “언제 끝나지” 이런 마음이 컸고요. 근데 요즘은 완치라는 말을 너무 서두르기보다, 내가 이걸 겪고도 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쪽을 더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심장만 좀 빨리 뛰어도 바로 겁부터 먹었는데, 이제는 “아 또 놀랐구나, 그래도 지나갈 수 있다” 이렇게 한 번 텀이 생겼어요.
물론 그렇다고 갑자기 마음이 엄청 단단해진 건 아니에요. 컨디션 안 좋거나 잠 부족하면 아직도 예민해지고, 사람 많은 곳이나 도망가기 애매한 공간은 괜히 신경 쓰이기도 해요. 그런데 신기한 건 예전엔 그런 불안이 오면 거기에 완전히 잡아먹혔는데, 지금은 무서워도 그 상태를 조금 떨어져서 보게 되더라고요. “아 내가 지금 불안을 무서워하고 있구나” 이런 식으로요. 그 작은 차이가 생각보다 컸어요. 증상이 0이 되는 것보다, 와도 덜 휘둘리는 게 먼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요즘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은, 내가 너무 나아진 척하려고 했던 것 같다는 거예요. 괜찮은 날이 며칠 이어지면 이제 끝났나 싶다가, 다시 흔들리면 괜히 더 낙담했거든요. 근데 원래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 싶으니까 조금 덜 미워하게 됐어요. 스스로한테 “왜 아직도 이래”라고 몰아붙이는 것보다, 오늘 가능한 만큼만 하는 게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밥 챙겨 먹고, 잠 너무 밀리지 않게 하고, 불안했다고 해서 하루 전체를 망한 날로 취급하지 않는 거요. 저는 그런 게 쌓이니까 예전보다 덜 무너졌어요.
혹시 저처럼 1~2년쯤 지나면서 오히려 애매하게 지치는 분들 있나요? 초반처럼 급한 불은 아닌데 그렇다고 완전히 편한 것도 아니라서, 이 시기가 은근 길게 느껴지네요. 다들 이때 어떤 생각으로 버티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요즘, 낫는다는 게 예전의 나로 정확히 돌아가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중이에요. 좀 느려도 덜 겁먹고, 덜 도망가고, 내 생활을 다시 가져오는 쪽으로요. 그런 방향이면 이것도 분명 의미는 있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