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솔로 탈출을 나름 진지하게 시도 중인 까망인데, 요즘 제일 큰 문제는 외모도 재력도 아니고 입이더라. 아니 정확히는 입은 있는데 할 말이 없음. 소개받거나 어디서 새로 알게 된 사람이랑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초반 5분은 어떻게든 버티는데 그다음부터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짐. 날씨 얘기 한 번, 밥 얘기 한 번, 일 뭐 하냐 한 번 하면 바로 소재 고갈. 내 인생이 이렇게 컨텐츠 빈약했나 싶어서 집 와서 이불킥함.
웃긴 건 혼자 있을 때는 별별 생각이 다 남. 갑자기 새벽에 “왜 편의점 삼각김밥은 꼭 급하게 뜯으면 김이 분리되나” 같은 쓸데없는 철학도 가능한데, 막상 사람 앞에서는 “아 네… 그렇구나…”만 반복하게 됨. 내가 봐도 대화가 아니라 자동응답기 수준임.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뭐 영화, 음식 취향, 여행 스타일, 쉬는 날 뭐 하는지 같은 무난한 주제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나가는데, 이것도 너무 준비한 티 나면 더 이상하잖아. 면접 보러 간 것도 아닌데 질문만 던지는 인간이 되어버림.
그래서 궁금한 게, 다들 처음 친해질 때 어떤 주제로 이야기 푸는 편임?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진지하지도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말 길어지는 주제 있으면 좀 알려줘라. 실제로 이걸로 대화 잘 풀렸다 싶은 거. 취미 얘기가 제일 무난한지, 아니면 음식이나 요즘 빠진 거 물어보는 게 나은지. 나는 상대가 말 많은 타입이면 그나마 괜찮은데, 둘 다 조용하면 테이블 위 물컵만 친해짐.
혹시 나처럼 원래 말주변 없는데 좀 나아진 사람 있으면 팁도 부탁. 대화 잘하는 사람들 보면 신기한 게, 거창한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분위기가 안 끊기더라. 나는 왜 늘 결정적인 순간에 “아…” 다음 문장이 증발하는지 모르겠음. 자유갤 형님들 누님들, 사람 냄새 나는 대화 주제 하나씩만 던져주고 가라. 이번엔 진짜 모태솔로 탈출 프로젝트 좀 진도 나가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