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휴대폰 글씨 볼 때 자꾸 팔이 길어집니다. 처음엔 그냥 조명 때문인가 했거든요. 카페가 어두워서 그런가, 눈이 좀 피곤한가, 어제 늦게 자서 그런가 했는데 이제는 압니다. 이건 조명의 문제가 아니라 제 나이의 성실한 업무 수행이더라고요. 분명 예전엔 침대에 누워서도 작은 글씨 잘 읽었는데, 이제는 팔 쭉 뻗고 인상 한 번 쓰고, 그래도 안 보이면 밝기부터 올립니다. 기술의 발전은 눈물겹고 제 눈의 후퇴는 더 눈물겹네요.

며칠 전엔 식당에서 메뉴판 보다가 진심으로 사진 찍어서 확대할까 고민했어요. 예전엔 부모님이 그러시면 속으로 “그냥 가까이서 보시면 되잖아” 했는데, 그 시절 저를 조용히 반성 중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더 안 보인다는 걸 몸소 배우는 중이거든요. 진짜 사람은 겪어봐야 압니다. 이제는 안경점 앞을 지나갈 때마다 괜히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설마 아직 괜찮겠지?” 하는 마음과 “아니, 이미 글렀지” 하는 마음이 반반이에요.

그래도 너무 심각하게만 받아들이진 않으려고요. 어차피 나이 드는 건 피할 수 없으니까, 차라리 이런 변화들 웃으면서 넘기는 쪽이 낫겠다 싶습니다. 물론 불편한 건 불편하죠. 특히 밤에 눈 피로가 몰려오면 생활 습관 좀 바꾸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화면 보는 시간 줄이기, 글씨 크기 키우기, 조명 신경 쓰기 같은 거요. 근데 또 현실은… 글씨 키워놓고도 커뮤니티 글 끝까지 읽고 있습니다. 인간은 참 일관적이에요. 몸은 늙는데 호기심은 그대로더라고요.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다들 언제 처음으로 “아, 나도 이제 예전 같진 않구나” 싶었나요? 눈 얘기도 좋고, 체력 얘기도 좋고, 괜히 씁쓸해서 웃긴 순간들 있잖아요. 저만 이렇게 소소하게 충격 먹는 건 아닌 것 같아서요. 비슷한 경험 있으면 좀 나눠주세요. 혼자 늙으면 서럽고 같이 늙으면 그나마 덜 억울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