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는 생각이 좀 이상함. 예전엔 연애 못 하는 이유를 되게 단순하게 생각했거든. 돈이 없어서 그런가, 키가 애매해서 그런가, 말주변이 없어서 그런가. 근데 가만 보면 다 조금씩은 맞는데 또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음. 서울에서 혼자 지하철 타고 다니다 보면 사람은 이렇게 많은데 왜 내 카톡은 늘 조용한지, 약간 도시 전체가 나 빼고 썸 타는 느낌 들 때 있음. 나만 빼고 다들 “주말에 뭐 했어?” 했을 때 대답할 사람이 있는 것 같고. 나는 주말에 침대랑 진하게 대화했는데.

소개팅도 몇 번 나가 봤는데, 나가기 전엔 혼자 별별 상상 다 함. 오늘은 느낌 좋으면 2차까지 가나? 집 가서 친구한테 드디어 인간 됐다고 자랑하나? 근데 막상 나가면 초반 10분은 괜찮다가도 어느 순간 내가 면접 보러 온 건지, 밥 먹으러 온 건지 모르겠어짐. “취미가 뭐예요?” 같은 질문도 세 번째쯤 들으면 내 인생이 취미 없는 사람처럼 느껴짐. 그래서 괜히 자조 개그 치다가 분위기 애매해지고, 집 와서 이불킥 코스. 진짜 웃긴 건 그날 현장에선 나름 안 망했다고 생각하는데, 다음날 되면 머릿속에서 내 실수만 4K 화질로 재생됨.

근데 또 완전히 포기하기엔 아쉬운 게, 가끔씩은 내가 너무 겁부터 먹고 사는 건가 싶기도 함. 상대가 날 별로라고 생각하기 전에 내가 먼저 “어차피 안 되겠지” 하고 도망치는 느낌? 짝사랑도 비슷했음. 혼자 의미 부여하다가 타이밍 놓치고, 나중에 보면 아무 일도 안 벌어졌는데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시즌 완결 남. 요즘은 그냥 대단한 사람 되려고 하지 말고, 덜 쫄고 덜 과하게 혼자 소설 쓰는 연습부터 해야 하나 싶음. 연애가 기술인 척하지만 결국 멘탈 게임 비중도 큰 것 같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