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는 생각이 뭐냐면, 내가 게임을 즐기는 건 맞는데 예전이랑 결이 좀 달라진 느낌임. 예전엔 집 오자마자 롤 켜고 “오늘은 진짜 연승각이다” 이러면서 자신감 MAX였거든. 근데 막상 들어가면 3연패 박고, 정신 차려보면 내가 게임을 한 건지 게임한테 당한 건지 구분이 안 감. 부산 사람이라 그런지 성격이 원래 좀 급한 편인데, 솔랭에서 그 급한 성격 튀어나오면 진짜 내 멘탈이 제일 먼저 바다로 입수함. 요즘은 픽창만 봐도 “아 오늘도 인생의 쓴맛 체험하겠구나” 싶을 때가 있음.
근데 웃긴 건 또 안 하진 않음. PC 앞에 앉아 있으면 자연스럽게 손이 마우스로 감. 컴 업글 좀 해보겠다고 부품 영상 보고 견적 짜는 시간은 세상 진지한데, 막상 그 사양으로 하는 건 롤이랑 스팀 라이브러리 구경임. 이쯤 되면 PC를 즐기는 건지, PC 사양표를 즐기는 건지 모르겠더라. 가끔 “이 그래픽카드면 미래를 볼 수 있나?” 싶은 마음으로 가격표 보면 바로 현실로 강제소환됨. 진짜 용산이 아니라 내 통장이 날 카운터치고 있음.
그리고 대학생이라 그런가, 요즘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이 시간이 애매하게 쪼개진다는 거였음. 과제 조금 하다가 쉬려고 게임 켜면 그 순간 쉬는 게 아니라 제2의 출근이 시작됨. 한 판만 하자 해놓고 끝나면 꼭 애매함. 이긴 판은 “한 판 더 하면 감 유지 가능”이고, 진 판은 “이대로 끄면 억울해서 잠 못 잠.” 결국 둘 다 함정카드임. 그래서 요새는 내가 게임을 스트레스 풀려고 하는 건지, 스트레스에 배경음 깔려고 하는 건지 가끔 헷갈림. 그래도 친구들이랑 디코 켜고 바보 같은 소리하면서 할 때는 또 재밌어서 못 놓겠음. 그 맛이 있음. 혼자 하면 수행, 같이 하면 예능임.
다들 요즘 비슷하냐? 게임은 좋아하는데 예전처럼 무지성으로 재밌다기보다, 뭔가 생각이 많아진 느낌. 나만 그런 건지 궁금함. 나이 먹어서 그런 건지, 학기 중이라 그런 건지, 그냥 솔랭이 사람을 철들게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도 롤 켤지 말지 고민하다가 유튜브로 컴 부품 영상 보면서 “그래,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이러고 있음. 근데 밤 되면 또 큐 돌릴 듯.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나는 그걸 랭크로 증명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