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이 뭐냐면, 내가 게을렀던 게 아니라 그냥 계속 허둥대면서 살고 있었구나 하는 거예요. 예전엔 진짜 맨날 “왜 이것도 제대로 못 하지?” 이런 생각을 달고 살았거든요. 분명 하려고 마음은 먹었는데 딴생각으로 옆길 새고, 갑자기 다른 거 꽂혀서 하던 거 던져두고, 마감 가까워지면 그제서야 불타오르고. 남들은 그냥 성격이 급하고 산만한 애 정도로 봤던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만 알고 살았어요. 근데 늦게 진단 받고 나니까 지나온 장면들이 갑자기 쫙 이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신기한 건 후련함이랑 허무함이 같이 온다는 거예요. 아 그래서 그랬구나 싶어서 좀 안심되다가도, 그럼 진작 알았으면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괜히 혼난 일들, 의지 부족으로 오해받은 일들, 저 스스로 자책했던 시간들이 생각나면 좀 아깝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갑자기 인생이 정리되는 건 또 아니더라고요. 여전히 물건 어디 뒀는지 찾고, 하려던 말 까먹고, 방 들어갔다가 왜 들어왔는지 멍해질 때 많아요. 근데 예전처럼 무조건 “내가 문제다” 쪽으로 안 가는 건 확실히 달라졌어요.

오히려 요즘은 나를 다루는 법을 배우는 중인 느낌이에요. 완벽하게 해내는 것보다, 까먹기 전에 메모하고 알람 쪼개서 걸어두고 할 일도 최대한 눈에 보이게 두는 게 저한텐 도움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좀 웃긴 건 저는 활달한 편이라 밖에선 멀쩡하고 에너지 넘쳐 보인다는 소리 많이 듣는데, 속은 늘 탭 20개 켜놓은 브라우저 같다는 거예요. 그래서 더 이해 못 받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혹시 저처럼 늦게 알고 나서 오히려 마음이 복잡해진 분들 있나요? 보통 어느 시점부터 좀 덜 억울해지고, 덜 자책하게 되는지 궁금해요. 저는 아직도 “이걸 이제야 알았네” 하는 생각이 제일 크게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