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하게 뭘 봐도 끝까지 다 보고 나면 작품 내용보다 그 허전한 기분이 더 오래 가더라고요. 얼마 전에도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하나 주말 내내 거의 정주행했는데, 마지막 화 끝나자마자 바로 딴 거 틀지는 못하겠는 거예요. 여운이 남아서 그런가 싶다가도, 가만 보면 그냥 제 일상으로 돌아오기 싫은 마음도 좀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서울 살면 사람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막상 집에 들어오면 조용하니까 더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드라마 보면 그냥 재밌었다, 별로였다 이 정도였는데 요즘은 등장인물들 사소한 말투나 관계 변화 같은 게 괜히 오래 남아요. 스포 될까 봐 자세히는 못 쓰겠는데, 누가 누굴 좋아하네 마네보다도 같이 밥 먹고 웃고 그런 평범한 장면이 더 부럽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나이 들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제가 요즘 유독 감상 모드인지 모르겠네요. 원래는 액션이나 스릴러도 잘 봤는데 요새는 이상하게 너무 자극적인 건 손이 잘 안 가고, 적당히 사람 냄새 나는 작품 쪽으로 자꾸 가게 돼요.
근데 또 웃긴 건, 그렇게 빠져서 보고 나면 다음 작품 고르는 게 더 어려워진다는 거예요. 괜히 전에 본 거랑 비교하게 되고, 초반 1~2화에서 느낌 안 오면 바로 끄게 되고요. 이러다 알고리즘보다 제가 더 까다로워진 것 같아요. 퇴근하고 침대에 기대서 “오늘은 가볍게 한 편만” 이러고 시작해 놓고 새벽까지 보는 패턴도 여전한데, 다음 날 아침 되면 제가 저를 제일 못 믿겠더라고요.
혹시 저처럼 요즘 작품 자체도 좋지만, 다 보고 난 뒤의 공허함 때문에 자꾸 비슷한 결의 드라마 찾게 되는 분 있나요? 너무 무겁지 않은데 몰입감 있는 거, 그리고 보고 나서 기분이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는 거요. 저는 한동안은 새 작품 찾기보다 예전에 좋아했던 드라마 재탕 좀 할까 고민 중이에요. 이상하게 재탕은 결말 알아도 덜 불안하고, 마음이 좀 편해지는 느낌이라. 다들 요즘 뭐 보세요? 스포 없이 영업해주시면 진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