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휴대폰 볼 때 자꾸 팔이 길어지길래, 설마설마하다가 안과 가서 검사받고 왔어요. 예전엔 작은 글씨도 눈으로 때려잡았는데, 이제는 영수증 글씨가 저한테 먼저 항복을 안 하네요. 그냥 피곤한가 보다 했는데, 막상 검사실 들어가서 이것저것 해보니까 괜히 마음이 묘했습니다. 나이 먹는 건 무릎이나 허리로 먼저 오는 줄 알았더니, 제일 먼저 배신한 건 눈이었더라고요. 역시 몸은 정직하고, 저는 부정적응이 빠른 사람인 것 같습니다.
검사는 생각보다 이것저것 하더라고요. 시력 보는 거야 익숙한데, 기계 들여다보고 바람 맞고, 렌즈 바꿔가면서 “이게 더 잘 보이세요, 저게 더 잘 보이세요” 하는 과정이 은근 길었어요. 근데 웃긴 게 멀리는 또 괜찮은데 가까운 글씨에서 갑자기 사람이 초라해짐. 딱 “아, 시작됐구나” 싶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정확히 뭘 진단받았다고 단정해서 말하긴 어렵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서 비슷한 증상 있어도 꼭 같진 않을 거예요. 그래도 저처럼 그냥 피로겠거니 넘기던 분들한텐 한 번 체크해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제일 씁쓸했던 건, 검사 결과보다도 제가 자연스럽게 조명을 더 밝은 쪽으로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어요. 책 볼 때 멀리했다 가까이했다 하는 행동이 습관이 된 줄도 몰랐네요. 병원 다녀오고 나니까 괜히 핸드폰 글자 키우는 것도 덜 자존심 상합니다. 어차피 버틸수록 눈만 힘들 수 있으니까요. 혹시 저처럼 “아직은 아니겠지” 하고 미루던 분들 있으면, 검사 받아보신 분들 중에 생활할 때 제일 체감됐던 변화 뭐였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제 안경보다 현실을 먼저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