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일상이 진짜 별거 없거든요. 아침에 눈 뜨면 일단 오늘은 사람답게 살아보자 해놓고, 정신 차리면 점심 가까이 돼 있고요. 분명 알람은 여러 개 맞춰놨는데 그 알람들이 저를 깨우는 게 아니라 그냥 배경음처럼 깔려요. 취준 시작하고 나서 제일 많이 늘어난 능력은 엑셀도 아니고 자기소개서도 아니고, 침대에서 온갖 생각만 하다가 시간 보내는 능력인 듯합니다. 근데 웃긴 건 그렇게 굴러가는 하루에도 이상하게 소소하게 괜찮은 순간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집 앞 편의점 가는 길이요. 경기 쪽 살아서 막 엄청 복잡한 동네는 아닌데, 오후쯤 나가면 바람이 좀 애매하게 시원할 때가 있잖아요. 그때 이어폰 끼고 별 의미 없는 노래 듣다가, 갑자기 “아 오늘은 그래도 좀 덜 망했다” 싶은 기분이 듭니다. 뭘 해낸 것도 아닌데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리고 집 들어와서 커피 하나 타놓고 채용 공고 다시 보면 현실은 바로 복귀인데, 그 짧은 산책 같은 게 생각보다 숨통 트이게 해주는 느낌은 있더라고요.

요즘은 일부러 루틴 비슷한 것도 만들어보는 중입니다. 거창한 건 아니고, 일어나서 물 마시기, 씻기, 책 10쪽이라도 보기, 공고 하나라도 보기 이런 식이요. 진짜 소박하죠. 근데 이게 또 신기한 게, 백수일 때는 시간이 많아서 오히려 더 막 살게 되는 것 같아요. 할 일이 없어서 편할 줄 알았는데, 할 일이 없으니까 하루가 더 빨리 무너짐. 그래서 체크리스트에 하나 체크할 때마다 “와 오늘의 나, 생각보다 안 죽었네” 이런 마음으로 사는 중입니다. 기준이 낮아진 게 좀 슬프긴 한데, 뭐 지금은 그걸로 버티는 거죠.

그리고 별거 아닌데 요즘 제일 자주 드는 생각이, 사람은 진짜 사소한 걸로도 기분이 달라진다는 거예요. 빨래 잘 말랐을 때, 컵 설거지 안 밀렸을 때, 밤에 창문 열었는데 바람 괜찮을 때. 이런 거요. 예전엔 이런 걸 굳이 신경 안 썼는데, 요즘은 그런 작은 게 하루 점수 올려주는 느낌이라 은근 중요하네요. 다들 일상 살면서 “이거 별거 아닌데 이상하게 좋다” 싶은 순간 있지 않나요? 저는 그런 거 좀 모아두면서 사는 중입니다. 안 그러면 하루가 너무 똑같아서, 진짜 제가 NPC 된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