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별일 없는 듯하면서도 은근히 기억에 남는 하루였네요. 아침에 일어나 창문 여니까 공기가 제법 선선해서 기분이 좀 달라졌어요. 요즘은 날이 금방 더워졌다가 또 흐려졌다가 해서 산책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은 왠지 밖에 나가야겠다 싶더라고요. 점심은 집에서 간단히 먹고, 오후에는 늘 가던 동네 카페에 들렀습니다. 사장님이랑 짧게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는데, 그 시간이 참 편하더군요. 젊을 때는 바쁘게만 살았지 이런 느린 시간이 좋은 줄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카페에 앉아 있다가 비가 잠깐 오길래 그냥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한참 구경했습니다. 빗소리가 크진 않았는데 사람들 우산 쓰고 종종걸음 하는 모습 보는 것도 은근 재밌더라고요. 괜히 밖에 나가긴 애매하고, 그렇다고 집에 바로 들어가기엔 아쉬워서 비 그칠 때까지 천천히 있었네요. 이런 날은 괜히 옛날 생각도 좀 나고, 마음이 붕 뜨는 느낌도 있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녁 무렵엔 비가 그쳐서 바로 산책 나갔어요. 젖은 길 냄새도 나고 나무 잎 색이 더 진해 보여서 평소 걷던 길인데도 좀 다르게 보이더군요. 많이 걷진 않았는데 중간에 벤치에 잠깐 앉아 있으니 하루가 정리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집에 와서는 과일 좀 먹고 쉬고 있는데, 이렇게 조용한 하루도 참 괜찮구나 싶네요. 꼭 특별한 일 있어야만 하루를 잘 보낸 건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