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다녀오더니 얼굴에 자국 같은 게 생겼네?” —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뒤 동료가 무심코 던진 이 한마디에 화장실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는 이야기,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여름 지나고 나니 얼굴에 기미가 확 짙어졌어요”라는 호소는 늦여름부터 초가을 사이 유독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이 시기의 기미를 두고 퍼져 있는 몇 가지 생각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오해인지, 원인과 유형, 관리 방법까지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오늘 아침 세안대 앞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관리 3단계
기미가 짙어졌다고 느껴지는 시기일수록 자외선 차단과 자극 최소화가 관리의 축이 됩니다. 아래는 이번 주부터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습관입니다.
- 자외선차단제는 SPF30 이상, PA+++ 이상 제품을 아침에 바르고 외출 시 2~3시간 간격으로 덧발라야 합니다.
- 정오 전후 10시~14시 사이 야외 활동은 되도록 줄이고,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으로 물리적 차단을 더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세안 후 비타민C나 나이아신아마이드 성분의 미백 기능성 제품을 사용하되, 각질제거제·고농도 레티놀은 병행 시 주 2~3회로 조절합니다.
- 8주 정도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도 자외선 차단을 중단하지 않아야 합니다. 관리를 멈추면 색이 다시 짙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짚어볼 통념이 하나 있습니다. 자외선차단제만 꼼꼼히 바르면 여름철 기미는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인데,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자외선차단제는 UVA·UVB는 막아주지만 실내 조명이나 모니터에서 나오는 가시광선까지 차단하지는 못합니다. 기미가 심한 편이라면 산화철 성분이 포함된 틴티드 선크림을 함께 쓰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가을에 기미가 더 짙어 보이는 이유, 자외선 하나만은 아닙니다
기미가 여름 한 철 자외선 때문에만 생긴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호르몬이 더 근본적인 유발 요인으로 꼽힙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기미는 주로 가임기 여성에서 흔히 발생하며, 갈색 또는 청회색의 색소침착이 뺨·이마·윗입술·코·턱에 나타나는 후천성 색소질환입니다.[1]
특히 임신이나 경구피임약 복용처럼 여성호르몬이 크게 변화하는 시기에 기미가 잘 나타나는데, 자외선은 이미 활성화된 색소세포를 더 자극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 따르면 임산부의 50~70%에서 기미가 발생하며, 경구피임약 복용 여성은 약 25%에서 기미가 나타납니다.[2]
여름 동안 누적된 자외선 노출이 가을에 색을 더 짙어 보이게 만드는 것은 맞지만, 애초에 기미가 생기는 바탕에는 호르몬 변화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통념과 다른 부분입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변화, 갑상선 기능 이상, 특정 광과민성 약물 복용도 함께 작용할 수 있어 자외선 노출을 줄이는 것만으로 완전히 예방되지는 않습니다.
내 기미, 색과 위치로 유형을 나눠보면
같은 기미라도 색의 깊이와 위치에 따라 관리법이 다르게 반응합니다.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유형 | 색상 | 주요 위치 | 특징 |
|---|
| 표피형 | 연한 갈색~진갈색 | 뺨, 이마 | 경계가 비교적 뚜렷하고 미백제·자외선차단에 반응이 좋은 편 |
| 진피형 | 청회색~회갈색 | 광대, 관자놀이 | 경계가 흐릿하고 색소가 깊어 미백제만으로는 개선이 더딘 편 |
| 혼합형 | 갈색과 청회색 혼재 | 뺨 전반, 코 주변 | 가장 흔한 유형으로 두 접근을 함께 고려하는 경우가 많음 |
본인의 기미가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우드등 검사(자외선 파장을 이용해 색소가 표피에 있는지 진피에 있는지 구분하는 검사)로 비교적 정확히 나눌 수 있습니다.
미백 크림과 레이저토닝, 효과 차이는 어디서 갈릴까요
표피형처럼 색소가 얕은 경우 미백 기능성 화장품이나 바르는 약만으로도 색이 옅어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진피형이거나 수년간 방치된 기미는 화장품만으로 변화 속도가 느려 레이저토닝을 함께 고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nnals of Dermat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중등도 이상 기미가 있는 한국 여성 22명에게 저출력 1,064nm 큐스위치 Nd:YAG 레이저를 2주 간격으로 5회 시행한 결과 평균 MASI 점수가 20.3% 감소했으며, 환자 자가평가에서는 86.4%가 의미 있는 호전을 보고했습니다.[3]
「Clinical and Experimental Dermatology」에 발표된 한국 여성 25명 대상 연구에서는 저에너지 레이저토닝 후 44%가 현저한 개선을, 28%가 거의 완전한 개선을 보였습니다.[4]
여기서도 흔한 오해가 있습니다. 레이저토닝 한두 번이면 기미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기대인데, 위 결과들에서도 알 수 있듯 시술은 대개 여러 차례 반복이 필요하고 감소 폭에도 개인차가 있습니다. 한 번의 시술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몇 주 간격의 반복 시술과 자외선 차단을 병행했을 때 결과가 더 안정적으로 나타납니다.
표피형이면서 생긴 지 얼마 안 됐다면 미백제와 철저한 자외선 차단이 우선일 수 있고, 진피형이거나 색이 오래 짙게 굳었다면 레이저토닝을 병행하는 쪽이 더 맞습니다.
병원 진료가 먼저 필요한 경우
관리와 시술로도 개선이 더딘 경우, 혹은 아래와 같은 변화가 있다면 진료를 우선 고려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짧은 기간 안에 좌우 비대칭으로 급격히 색이 짙어질 때
- 경계가 지도 모양으로 울퉁불퉁하거나 각질, 가려움이 동반될 때
- 미백제를 발랐는데 오히려 얼룩이 진해지거나 염증후색소침착이 의심될 때
- 출산이나 폐경 등 호르몬 변화 시기가 지나고도 색이 계속 짙어질 때
다만 레이저토닝 역시 만능은 아닙니다. 시술 후 일시적으로 홍반이나 건조감이 나타날 수 있고, 색소침착 유형이나 피부 상태에 따라 예상보다 반응이 더디거나 재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