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있는데 갑자기 시야가 흐릿해졌어요, 누가 더 조심해야 할까
오후 세 시, 사무실 모니터 앞에서 이메일을 작성하던 중 화면 속 글자가 갑자기 뿌옇게 번지기 시작합니다. 눈을 몇 번 깜빡이고 안경을 고쳐 써봐도 초점이 돌아오지 않고, 벽시계 숫자마저 두 겹으로 겹쳐 보입니다. 당뇨병을 진단받은 지 오래됐다면 이 순간 당뇨 있는데 갑자기 시야가 흐릿해졌어요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런 호소는 실제 안과 진료 현장에서도 드물지 않게 접수됩니다.
특히 당뇨병 유병기간이 10년을 넘었거나 최근 몇 달 사이 공복혈당이 크게 오르내린 경우라면 단순 피로가 아닌 다른 원인을 함께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을 함께 앓고 있는 경우, 임신 중 혈당이 높게 측정된 경우도 위험군에 포함됩니다. 이런 조건에 해당한다면 한 번은 원인을 확인해두는 것이 이후 시력 변화를 추적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혈당이 오르내릴 때 눈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혈당 변화가 시야에 영향을 주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수정체 부종입니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거나 내리면 수정체 안팎의 삼투압이 바뀌면서 수정체가 붓고, 이로 인해 굴절력이 일시적으로 변해 초점이 흐려집니다. 이 경우는 혈당이 며칠에 걸쳐 안정되면 대부분 자연히 회복됩니다.
두 번째는 망막 미세혈관 손상입니다. 오랜 기간 높은 혈당에 노출된 망막 혈관은 벽이 약해지고 누출이 생기며, 그 부위가 황반이면 황반부종으로 시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혈관이 막힌 부위에서는 새로운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증식성 당뇨병성 망막병증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당뇨병으로 인한 미세혈관 손상은 눈에서만 나타나는 변화가 아닙니다. 같은 기전으로 손상되는 말초신경 합병증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성신경병증연구회가 전국 40개 병원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 3,9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유병률은 33.5%로 나타났습니다.[1]
같은 조사에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진단된 환자 중 43.1%는 통증을 동반한 통증성 신경병증이었습니다.[2]
즉 시야 흐림과 함께 손발 저림이나 화끈거림이 동반된다면, 미세혈관 손상이 이미 여러 부위에서 함께 진행 중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집에서 먼저 구분해보는 자가 체크
안과에 가기 전, 다음 항목을 확인해두면 진료 시 원인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 한쪽 눈에서만 나타나는지, 양쪽 모두에서 나타나는지
- 증상이 나타난 시점의 혈당 수치와 최근 3일간 공복·식후 혈당 변동 폭
- 두통이나 구토, 어지럼증이 함께 나타나는지
- 시야의 일부가 갑자기 까맣게 가려지거나 부유물이 떠다니는지
- 몇 시간 안에 저절로 회복되는지, 반나절 이상 지속되는지
이 중 한쪽 눈에만 국한된 시야 이상이나 부유물, 시야 일부 소실이 동반된다면 혈당 변동보다 망막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 가능한 빨리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검사 예약부터 당일 진행까지, 급여 기준과 준비물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의 정기적인 안저검사는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진료로 분류되어 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에 포함됩니다. 다만 실제 본인부담 금액은 진단명과 검사 종류,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접수 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검사 당일 준비물로는 복용 중인 당뇨약과 인슐린 처방 정보, 최근 혈당 수첩이나 연속혈당측정 기록, 다른 병원 진료 이력이 있다면 관련 소견서를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 문진과 최근 혈당·복용약 확인
- 나안 및 교정시력 측정
- 안압 측정
- 산동제 점안 후 20~30분 대기
- 동공이 충분히 커지면 안저촬영 및 판독
산동제를 넣은 뒤에는 검사 후 4~6시간 동안 눈부심과 근거리 시야 흐림이 남아 있어 직접 운전은 삼가야 합니다. 검사 자체는 10분 안팎이지만 산동 대기시간까지 포함하면 전체 소요시간은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백내장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에는 산동을 해도 안저 영상이 뿌옇게 나와 판독이 어려울 수 있고, 이때는 초음파 검사 등 다른 방법을 함께 고려하게 됩니다.
안저검사·OCT·형광안저혈관조영술, 무엇을 언제 받아야 할까
세 검사는 확인하는 정보와 소요시간이 다르며,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검사가 달라집니다.
| 검사 | 확인하는 것 | 소요시간 | 적합한 상황 |
|---|
| 안저검사 | 망막·시신경 전반의 육안적 이상 | 촬영 10분 내외(산동 대기 별도) | 정기 선별검사, 첫 방문 |
| OCT(빛간섭단층촬영) | 황반 두께와 부종 여부를 단면으로 확인 | 5~10분 | 황반부종 의심, 시력 저하 진행 시 |
| 형광안저혈관조영술 | 혈관 누출·폐쇄 부위를 조영제로 추적 | 20~30분 | 신생혈관·증식성 병변 의심 시 |
정기 검진에서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었다면 안저검사만으로 대부분 충분하지만, 시력 저하가 함께 진행 중이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인다면 OCT를 추가로 시행하는 쪽이 황반 상태를 더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안저검사에서 신생혈관이나 출혈 흔적이 관찰된다면 형광안저혈관조영술로 혈관이 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게 됩니다.
안과 진료 앞두고 헷갈리는 것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