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가 먼저 알아챈 손등의 붉은 점
함께 일하는 동료가 손등을 내밀며 '이 붉은 점, 작년보다 개수가 늘어난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라고 물어온 적이 있습니다. 손끝으로 눌러도 색이 잘 빠지지 않는 선명한 붉은 반점, 바로 체리혈관종입니다.
체리혈관종은 진피 안의 모세혈관이 국소적으로 늘어나면서 생기는 양성 혈관 종양입니다. 이름처럼 체리 열매를 닮은 붉고 도톰한 형태를 띠며, 몸통과 팔다리에서 나이가 들수록 개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암과는 무관한 병변이라는 점에서 대부분 건강에 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색이나 모양이 평소와 다르게 바뀐다면 다른 혈관·색소 병변과 구별하는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혈관이 자꾸 늘어나는 이유
체리혈관종이 생기는 정확한 기전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모세혈관 내피세포가 국소적으로 증식하는 현상으로 설명됩니다. 유전적 소인이 있으면 20~30대부터 나타나기도 하고, 임신이나 호르몬 변화가 있는 시기에 새로 늘어나는 사례도 보고됩니다.
혈관이 새로 자라나는 과정에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같은 신호 물질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Kim EH 등이 국내 기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병변부 피부는 정상 피부보다 진피 혈관의 수와 크기가 유의하게 증가했고 VEGF 발현도 함께 늘어나 있었습니다.[1]
이는 기미 병변을 대상으로 한 결과지만, 피부 혈관이 국소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에 성장인자가 관여한다는 원리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체리혈관종 역시 같은 방식의 국소적 혈관 증식을 보인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연구입니다.
피부현미경이 확인하는 세 가지 기준
체리혈관종이 의심되는 병변을 확인할 때는 육안 관찰과 함께 피부현미경(dermoscopy) 검사를 활용합니다. 편광된 빛을 병변에 비추어 표피 아래 혈관 구조를 확대해서 보는 비침습적 검사로, 통증 없이 1~2분 안에 마칠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체리혈관종은 경계가 뚜렷한 붉은색에서 자주색까지의 둥글고 균일한 구조로 관찰되며, 이를 '라군(lacunae) 구조'라고 부릅니다. 색이 고르고 병변 전체가 대칭적인 모양을 보인다면 전형적인 소견으로 판단합니다.
반대로 병변 안에 검푸른 색이나 불균일한 색조가 섞여 있거나 경계가 비대칭적으로 무너져 있거나 혈관 구조 사이에 궤양이 관찰되면, 색소 병변이나 다른 혈관 종양과의 감별을 위해 조직검사를 함께 고려합니다.
실제 진료실에서는 크기가 작은 병변을 육안으로만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아, 피부현미경으로 확대해 라군 구조의 경계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지름 1mm 안팎인 초기 병변도 이 과정에서 비교적 뚜렷하게 구별됩니다.
방치했을 때 나타나는 변화
체리혈관종을 제거하지 않고 둔다고 해서 즉각적인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다만 해마다 병변 수가 조금씩 늘어나거나 크기가 서서히 커지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문제는 출혈입니다. 옷깃이나 벨트에 반복적으로 스치는 부위, 혹은 면도 중 자극을 받기 쉬운 부위에 생긴 병변은 가벼운 접촉만으로도 피가 나기 쉽습니다.
변화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같은 병변을 3~6개월 간격으로 사진을 남겨 크기와 색을 비교해보면 짧은 기간의 변화를 훨씬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제거를 고려할 때, 냉동요법과 전기수술의 차이
체리혈관종은 대부분 제거 없이 지켜볼 수 있지만, 자주 출혈이 반복되거나 미용적으로 신경 쓰이는 위치에 있다면 제거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냉동요법과 전기수술입니다.
무작위 눈가림 임상시험에서 지루각화증·피지샘증식증·체리혈관종·쥐젖을 냉동요법과 전기수술로 비교한 결과, 체리혈관종은 전기수술이, 지루각화증은 냉동요법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2]
| 구분 | 냉동요법 | 전기수술 |
|---|
| 보고된 부작용 | 저색소침착 3.1%, 탈색소 6.3% | 저색소침착 6.3%, 위축성 흉터 3.1% |
| 상대적으로 더 효과적이었던 병변 | 지루각화증 | 체리혈관종·피지샘증식증·쥐젖 |
색소 변화에 민감한 피부라면 전기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저색소침착 가능성을 미리 감안하는 것이 좋고, 흉터 형성이 더 걱정된다면 냉동요법에서 보고된 부작용 양상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크기가 작고 병변 수가 적다면 전기수술로 한 번에 정리하는 경우가 많고, 여러 부위에 흩어져 있다면 몇 차례로 나누어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어떤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기존 병변을 없애는 것일 뿐, 혈관이 새로 늘어나는 경향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시술 후 다른 부위에 새 병변이 생기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진료를 받아야 하는 변화의 신호
대부분의 체리혈관종은 정기적인 관찰만으로 충분하지만,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나면 진료를 통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 2~3주처럼 짧은 기간 안에 크기가 눈에 띄게 커지는 경우
- 특별한 자극 없이도 같은 자리에서 출혈이 반복되는 경우
- 병변 안에 검푸른 색이나 불균일한 색조가 섞여 나타나는 경우
- 가려움이나 통증이 함께 동반되는 경우
- 지름이 6mm를 넘어서면서 경계가 비대칭적으로 변하는 경우
이런 변화는 체리혈관종보다 다른 혈관 종양이나 색소 병변일 가능성을 확인해야 하는 신호입니다. 앞서 설명한 피부현미경 검사로 라군 구조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필요하면 조직검사로 이어지는 순서를 거칩니다.
이럴 때 자주 나오는 궁금증
1. The vascular characteristics of melasma. Kim EH 외, 「J Dermatol Sci」 (2007). https://pubmed.ncbi.nlm.nih.gov/17363223/
2. Evaluation and Comparison of the Efficacy and Safety of Cryotherapy and Electrosurgery in the Treatment of Sebaceous Hyperplasia, Seborrheic Keratosis, Cherry Angioma, and Skin Tag: A Blinded Randomized Clinical Trial. Health Science Reports, Sadeghzadeh-Bazargan et al.. https://pubmed.ncbi.nlm.nih.gov/3951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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