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불규칙하게 두근거리다 멈췄다 해요, 동료의 그 한마디에서 시작된 이야기
동료가 회의 중에 손으로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이렇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요즘 가슴이 불규칙하게 두근거리다 멈췄다 해요,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겠죠?” 웃으며 물었지만 표정은 편치 않아 보였습니다.
이런 호소는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야근이 잦은 30대 직장인, 갱년기를 지나는 50대, 운동을 막 시작한 20대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현상을 통틀어 부정맥이라고 부르는데, 원인과 대응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카페인 뒤에 숨어 있던 진짜 원인들
진료실에서 두근거림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커피나 스트레스부터 떠올립니다. 실제 진료에서 확인되는 원인에는 전해질 불균형, 갑상선기능항진증, 심장판막이나 구조의 변화, 수면 부족과 자율신경 불균형, 그리고 나이에 따른 심장 조직의 변화가 포함됩니다.
최근에는 심전도 자체의 노화 정도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부정맥 위험을 가늠하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된 한국 주도 다국가 연구팀의 2025년 연구는, AI 기반 심전도 노화가 신규 및 조기발병 심방세동 위험과 연관되어 있으며 다양한 인구에서 예방 대상자를 가려내는 데 활용될 가능성을 제안했습니다.[1]
심장이 멎은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불규칙하게 두근거리다 멈췄다 해요라고 표현하는 분들 대부분은 심장이 정말로 멎었다고 느낍니다. 실제로는 심장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정상보다 이른 박동인 조기수축이 한 번 끼어든 뒤 다음 박동까지의 간격이 살짝 길어지면서 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 느낌만으로는 단순 조기수축인지, 치료가 필요한 부정맥인지 구별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심방세동은 전체 부정맥의 30~40%를 차지하며,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은 일반인의 약 5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돼 있습니다.[2]
이 수치가 보여주듯 심방세동은 단순 피로성 두근거림과는 위험도 자체가 다릅니다. 반복되는 증상이라면 구분이 필요합니다.
회식 다음날 심장이 요동친다면, 술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연휴나 회식 다음 날 가슴이 유독 크게 뛴다면 술의 양만 탓하기보다 전체적인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평소 건강하던 사람도 연휴 기간 과음·과식이 겹치면 갑자기 심방세동이나 심부전 같은 급성 심장질환이 나타나는 현상을 홀리데이 하트 신드롬이라 부르며, 1978년 미국심장학회지에 처음 보고됐습니다.[3]
실제 관리에서는 하루 카페인을 커피 2~3잔 수준으로 줄이고, 음주 다음 날은 카페인과 니코틴을 함께 피하며, 수면을 6시간 이상 확보하는 것이 두근거림 빈도를 낮추는 데 흔히 권장되는 방법입니다.
다만 생활 관리만으로 원인이 전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갑상선이나 전해질 문제가 바탕에 있다면 생활습관 조절과 별개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심전도 한 번으로 끝난다는 생각과 실제 검사 순서
일반 건강검진에서 찍는 심전도는 검사 당시 단 몇 초의 심장 리듬만 기록합니다. 두근거림이 하루에도 여러 번 나타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검사 순간에 증상이 없어 정상으로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 검사 종류 | 기록 시간 | 적합한 경우 |
|---|
| 일반 심전도 | 약 10초 내외 | 증상이 검사 중에도 나타날 만큼 잦은 경우 |
| 24시간 홀터 모니터 | 24~48시간 | 며칠에 한 번꼴로 나타나는 경우 |
| 장기 이벤트 레코더 | 1~4주 |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로 드문 경우 |
증상이 거의 매일 나타난다면 일반 심전도만으로도 포착될 가능성이 있지만, 며칠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나타난다면 홀터나 이벤트 레코더 검사를 선택하게 됩니다.
다만 홀터나 이벤트 레코더도 착용 기간 동안 우연히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원인을 확인하지 못한 채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증상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증상이 겹치면 진료를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다음 증상이 두근거림과 함께 나타난다면 가능한 한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 두근거림이 20분 이상 이어지며 가라앉지 않는 경우
- 가슴 통증이나 압박감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 어지럼증이나 실신 직전의 느낌이 동반되는 경우
- 숨이 차거나 다리가 새로 붓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 평소보다 맥박이 분당 120회 이상으로 빠르게 뛰는 경우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문헌고찰에서는, 수술 후 새롭게 생긴 심방세동이 수술 전후 사망·뇌졸중 위험 증가와 함께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The Journal of thoracic and cardiovascular surgery」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2022, 57편·246,340명)에 따르면 심장수술 후 새로 생긴 심방세동은 수술 전후 사망 오즈비 1.92, 뇌졸중 오즈비 2.17 등과 연관됐으며, 저자들은 이 연관성의 인과관계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4]
이는 심장수술을 받은 특정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지만, 새로 나타난 불규칙한 박동을 단순한 피로 신호로만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가슴 두근거림을 둘러싼 궁금증 다섯 가지
즉시 진료가 필요한 상황은 앞서 정리한 경고 신호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이 외에 자주 나오는 질문을 짚어봅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