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집 와도 머리가 하나도 안 꺼져요. 몸은 분명히 씻고 누웠는데 귀에 계속 호출벨 소리 맴돌고, 오늘 내가 뭐 하나 놓친 거 없나 그것만 계속 떠올라서 숨이 턱 막힘... 진짜 퇴근 찍고 나온 건 맞는데 마음은 아직 병동에 걸려 있는 느낌? 이게 제일 미치겠어요 ㅠㅠ

낮에 혼나고 끝난 일도 밤 되면 다시 재생돼요. 내가 그때 왜 그렇게 말했지, 왜 바로 못 움직였지, 표정 안 좋았던 보호자 한마디도 자꾸 생각나고. 선배가 툭 던진 말도 집 오면 더 크게 들려요. 그 순간엔 바빠서 넘겼는데 누우면 갑자기 억울하고 서럽고 내가 엄청 모자란 사람 같고... 별거 아닌 일도 머릿속에서 점점 커짐

특히 힘든 건 잠들기 직전이에요. 이제 좀 자야겠다 하면 그때부터 오늘 일한 장면들이 줄줄 나와요. 약 준비하던 거, 인계할 때 버벅인 거, 환자 표정, 선배 눈치... 그냥 영화처럼 계속 지나감. 그래서 잠도 잘 못 자고 겨우 잠들어도 자다 깨요. 아침에 일어나면 쉰 게 아니라 더 지친 느낌이라 출근길부터 심장 빨리 뜀 ㅋㅋ 이게 맞나 싶음

주변에 말해도 다들 원래 처음엔 그렇다, 지나간다 이러는데 저는 안 지나가요. 하루하루 쌓여서 그냥 머리 안에 눅눅하게 붙어 있는 느낌. 쉬는 날에도 폰 알림만 울리면 깜짝 놀라고, 친구 만나도 딴생각하다가 갑자기 조용해지고 그래요. 일할 때 힘든 것도 힘든 건데 퇴근 후까지 계속 이어지는 게 사람을 더 갉아먹는 듯

진짜 제일 서러운 건 집이 더 이상 편한 데가 아니라는 거... 원래는 퇴근하면 끝이어야 하잖아요. 근데 저는 퇴근하고 나서부터 2차 시작임. 몸은 침대에 있는데 머릿속은 아직도 병원 복도 돌아다니는 기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푹 자는 게 소원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겠어요. 요즘은 잠이 보약이 아니라 진짜 못 구하는 약 같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