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에서 일 끝내고 나오면 몸은 분명 집에 왔는데 머리는 아직 거기 있더라고요. 오늘도 별일 없었던 척 인계 다 넘기고 왔는데, 막상 씻다가도 아 그때 그 말투 좀 더 부드럽게 했어야 했나 싶고, 보호자 표정 하나가 계속 밟혀요. 일은 끝났는데 마음은 퇴근을 못 함... 이게 제일 답답해요 ㅠ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15년이나 했으면 좀 무뎌질 법도 한데 전혀 아니네요.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아요. 신규 때는 정신없어서 지나갔던 것들이 이제는 다 보이니까 더 피곤한 건지. 환자 상태 하나, 동료 표정 하나, 내가 던진 짧은 한마디 하나까지 집에 와서 다시 재생돼요. 진짜 머릿속이 조용한 날이 별로 없어요 ㅋㅋ

주변에서는 원래 다 그런 거 아니냐고 쉽게 말하는데, 그 말이 더 서운할 때가 있어요. 다 그런 거여도 안 힘든 건 아니잖아요. 일은 일로 두고 오라는데 그게 되면 누가 이러고 있겠어요. 책임감이라고 하면 그럴듯한데 사실 그냥 소진되는 느낌이 더 커요. 내일 또 멀쩡한 얼굴로 출근은 하겠지만, 이런 날은 좀... 혼자 푹 가라앉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