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퇴근하고 차에 딱 앉으면 그날 했던 말들이 다시 돌아요. 거래처 원장님 표정 하나, 약국장 반응 하나, 괜히 내가 말 길게 했던 순간 이런 게 집 가는 길 내내 따라붙음. 낮에는 바빠서 그냥 넘기는데 막상 일 끝나면 그때부터 시작임. 아 그 말은 하지 말걸, 거기서 한 번 더 밀어붙일걸. 별거 아닌데도 이상하게 집요하게 남더라구요.

CSO 영업 해보면 겉으로는 사람 만나고 말 잘하면 되는 일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한 번 꼬인 관계가 꽤 오래 감. 그래서 더 그런 듯. 오늘 한 실수 하나가 다음 방문 때까지 머릿속에 박혀있음 ㅋㅋ 누구는 퇴근하면 싹 잊는다는데 전 그게 안 됐어요. 밥 먹다가도 갑자기 생각나고, 씻다가도 생각나고, 누워서 폰 보다가도 아 씨 또 그 장면 떠오름.

한동안은 이걸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냥 일 특성도 있는 것 같아요. 숫자만 찍고 끝나는 일이 아니고, 결국 사람 상대라서. 특히 애매하게 말 끝난 날 있죠. 확답도 아니고 거절도 아닌 날. 그런 날이 제일 피곤함. 차라리 까이면 덜 남는데 애매하면 혼자 해석을 오지게 하게 됨 ㅠㅠ

예전엔 그 생각 없애보겠다고 운동도 해보고 술도 마셔봤는데 솔직히 별 차이 없었어요. 잠깐 덮이는 거지 다시 올라옴. 그래서 요즘은 그냥 집 가기 전에 차 세워놓고 5분만 메모함. 오늘 뭐가 찝찝했는지, 다음에 뭐라고 할지만 짧게 적고 끝. 그거 안 적으면 머리가 계속 들고 있으려 해서 더 안 쉬어짐. 적고 나면 완전히 편해지는 건 아닌데 적어도 집까지 끌고 들어가진 않더라.

웃긴 건 남들은 결과만 보는데 본인은 과정에서 했던 말투, 타이밍, 표정까지 다 기억난다는 거. 그래서 더 안 풀리는 듯.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좀 그럼. 대단한 얘긴 아니고 그냥 요즘 제가 딱 그래요. 퇴근은 했는데 머리는 아직 현장에 남아있는 느낌. 이게 은근 사람 갉아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