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대학병원 첫 거래 트려고 들락날락할 때였어요. 저는 약만 들고 가면 끝인 줄 알았죠 ㅋㅋ 근데 원내 출입 등록 서류에 담당자 면허번호 적는 칸이 있더라고요. 늘 통화만 하던 선생님 이름 적고 번호도 받아 적었는데, 제가 숫자 한 자리를 바꿔 쓴 겁니다. 그날따라 보안팀 직원분이 유독 꼼꼼하셔서 “이 번호 조회가 안 되는데요?” 이러시는 거예요. 아... 그 순간 진짜 목 뒤가 싸해지더라고요.
더 민망한 건 제가 괜히 아는 척했다는 거예요. “선생님 바쁘셔서 제가 대신 정리했습니다” 했다가, 정작 번호가 안 맞으니 분위기가 확 이상해졌죠. 보안팀은 출입증 발급 못 해준다, 저는 안에 들어가야 샘플 설명이 된다, 담당 선생님은 수술방 들어가 계셔서 연락도 안 되고. 복도 한쪽에서 폰 붙잡고 식은땀만 줄줄 났습니다. 그때 진짜 느낀 게, 병원 쪽 서류는 한 글자 틀리면 사람 바로 바보 됩니다 ㅠㅠ
한참 뒤에 담당 선생님이 전화 주셨는데, 받자마자 “번호 누가 이렇게 적었어요?” 하시더라고요. 제가 적었다고 차마 바로 말도 못 하고 “제가 너무 성급했습니다...” 했죠. 선생님이 한숨 한번 쉬시더니 번호 다시 불러주셨는데, 제 눈이 삐었는지 3이랑 8을 헷갈린 거였어요. 그거 수정하고 나서야 출입증 나왔고, 이미 약속 시간은 반쯤 날아갔습니다. 안 들어가도 될 민망함까지 풀세트였죠.
더 웃긴 건 그날 저녁에 보안팀 직원분을 엘리베이터에서 또 만났어요. 저 보더니 “오늘 번호 찾으신 분이죠?” 하시는데, 와 진짜 숨고 싶더라고요. 근데 또 사람은 적응한다고, 제가 “네 맞습니다, 오늘 숫자 공부 다시 했습니다” 했더니 그분도 피식 웃으시더라고요. 괜히 그 한마디에 살았어요.
그 뒤로는 면허번호, 사번, 출입 등록 이름 이런 건 무조건 제가 두 번 봅니다. 거창한 얘긴 아니고요, 밖에서 볼 땐 다들 일 잘 굴러가는 것 같아도 현장에선 이런 숫자 한 자리 때문에 하루가 꼬여요. 특히 처음 거래 트는 날 그러면 괜히 더 없어 보이고요 ㅋㅋ 아직도 병원 출입 등록할 때 숫자칸 나오면 그날 생각부터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