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밥 챙기다 인연 된 애가 있는데, 지금은 아주 대놓고 우리집 왕이에요 ㅋㅋ 처음 봤을 땐 귀 끝 살짝 컷팅돼 있어서 아 TNR은 했구나 싶었고, 사람 손은 엄청 타진 않는데 이상하게 저만 보면 한 발짝씩 따라오더라고요. 밥그릇 내려놓고 멀찍이 앉아 있으면 다 먹고 나서도 안 가고, 꼭 저 쪽 한번 보고 골목 쪽 한번 보고 그러는 게 너무 짠했어요.
비 오던 날이었나, 평소보다 몸이 축 처져 있어서 병원만 데려가자 하고 이동장 들고 갔는데 그날부터 그냥 같이 살게 됐어요. 원래는 임보만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 애가 참 웃긴 게 겁은 많으면서 애교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알아요. 제가 누우면 한참 멀리서 눈치 보다가 슬금슬금 와서 발끝에 턱 올리고 자요. 안아달라고 오는 스타일은 아닌데, 자기가 기대고 싶을 때만 툭 기대는 그 순간이 있어요. 그거 한 번 당하면 진짜 못 헤어나옴 ㅠㅠ
제일 자랑하고 싶은 건 표정이에요. 고양이도 이렇게 얼굴에 다 쓰는구나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거, 삐진 거, 억울한 거 다 보여요. 사료 바꾸면 냄새만 맡고 저 쳐다보는 그 눈... 진짜 사람 애기 같아요. 얼마 전엔 제가 늦게 들어갔더니 현관 앞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문 열리자마자 냐앙도 아니고 약간 꿍얼꿍얼거리면서 따라다니는데 혼나는 건 저인데 왜 제가 미안한지 모르겠더라고요 ㅋㅋ
그리고 이상하게 제가 힘든 날은 귀신같이 알아채요. 말 많은 애도 아닌데 그날은 책상 옆 의자에 먼저 올라와서 가만히 붙어 있었어요. 만지면 도망가던 애가 자기 쪽으로 손 오는데도 안 피하고, 그냥 눈만 느리게 감더라구요. 그 작은 등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 사람 마음이 이렇게 풀리나 싶었어요.
밖에서 살던 시간이 있는 애라 아직도 갑자기 놀라고, 새벽에 창밖 소리 나면 한참 경계해요. 근데도 하루하루 편해지는 게 보여서 괜히 벅찰 때가 있어요. 제가 돌본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제가 더 많이 받고 사는 느낌... 친한 척은 안 하면서 매일 저를 녹이는 우리집 애, 요즘 제 최고 자랑입니다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