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는 개 데려오면 산책이나 부지런히 시키고 밥만 잘 챙기면 되는 줄 알았거든.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게 다가 아님.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는 애가 눈치만 보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길래, 아이고 얘도 고생했네 싶었지. 근데 웃긴 건 얘가 변한 것보다 내가 먼저 바뀌더라니까. 원래 나는 집에 들어오면 소파에 퍼져서 TV부터 켜는 사람이었는데, 그게 안 돼.
처음엔 밥 먹는 것도 눈치 보면서 먹더니 한 달쯤 지나니까 현관 쪽에서 꼬리치고 기다리는 거야. 그걸 한 번 보고 나니까 밖에서 쓸데없이 시간 보내는 게 싫더라고. 괜히 마트 한 바퀴 더 돌고 오고 그런 거 있지? 싹 없어짐. 애가 기다릴 거 아니까 그냥 후딱 집에 오게 돼.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생활이 자꾸 단정해져.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ㅋㅋ
그리고 제일 크게 변한 건 성질머리. 원래 나는 뭐 하나 잘 안 되면 아이고 됐다, 하고 짜증부터 냈어. 근데 입양한 애는 갑자기 아픈 티도 잘 안 내고, 무서우면 무서운 대로 참더라. 배변 실수도 몇 번 하고 이불에 토도 하고 그랬는데, 거기다 대고 화내봤자 애만 더 불안해하지 내가 해봐서 아는데 소용없어. 그 뒤로는 뭔 일 생기면 일단 한 박자 멈추게 됐어. 예전 같으면 버럭했을 걸 그냥 치우고 말지 뭐 하게 되더라.
사람 만나는 것도 좀 달라졌어. 예전엔 동네서 누가 말 걸면 아 예 예 하고 지나갔는데, 산책하다 보니까 별 사람을 다 만나.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끼리는 이상하게 금방 말이 트여. 사료 어디 거 먹이냐, 병원 어디 다니냐, 털 빠지는 거 어쩌냐 이런 거. 내가 원래 남한테 먼저 말 거는 성격 아닌데 요샌 내가 더 훈수 둔다니까. 발톱 너무 길면 안 좋다, 간식 그렇게 막 주지 마라, 옷은 애 불편하면 벗겨라... 아줌마 본능이 그냥 나옴 ㅠㅠ
근데 제일 의외였던 건 집 분위기야. 말 못 하는 짐승 하나 들어왔을 뿐인데 이상하게 집이 덜 썰렁해. 밥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 발톱 또각또각 하는 소리, 자다가 뒤집는 소리 이런 게 별거 아닌데 사람 마음을 건드려. 입양 후 변한 점이 뭐냐고 하면 우리 애가 밝아진 것도 맞는데, 나는 혼자 사는 티가 덜 나는 사람으로 바뀐 거 같아. 괜히 참견 하나 더 하자면 입양 생각 있는 사람은 귀엽다 하나 보고 덜컥 하지 말고, 내가 바뀔 각오까지 하고 데려와야 돼. 그게 진짜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