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리트리버 병원 다녀오고 나서 진짜 끝난 줄 알았거든요. 진료만 잘 받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집 오고 나서가 더 일이더라고요. 차에서 내릴 때부터 애가 기운이 축 처져 있는데, 평소처럼 반가워서 우다다도 안 하고 물그릇 앞에만 가만히 서 있으니까 괜히 제가 더 긴장됐어요. 병원에서는 괜찮다 했는데 막상 집에서 보는 표정은 또 다르니까요.
저는 일단 들어오자마자 자리부터 조용하게 잡아줬어요. 원래 거실에서 사람 왔다 갔다 하는 거 좋아하는 애인데, 그날은 그 소리도 버거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불도 좀 낮추고, 만지는 것도 최소한으로 했어요. 괜히 걱정된다고 계속 쓰다듬고 말 걸면 좋아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음 ㅠㅠ 그냥 편하게 누워 있게 두는 게 훨씬 낫더라고요.
제일 신경 쓰였던 건 밥보다 물이었어요. 한꺼번에 벌컥벌컥 마시면 토할까 봐 조금씩 보게 됐고, 밥도 평소처럼 바로 주진 않았어요. 얘가 식탐이 있어서 주면 먹긴 먹거든요. 근데 먹는다고 괜찮은 게 아니더라... 그날은 먹는 거 보고 안심하면 안 됐어요. 한 번 먹고 다시 축 늘어지길래 괜히 마음 놓을 뻔했네 싶었죠.
산책은 진짜 참았어요. 밖에 잠깐만 나가자고 목줄 쳐다보는데 저도 흔들렸거든요 ㅋㅋ 근데 그날만큼은 단호하게 안 나갔어요. 대형견은 조금만 살아나는 기색 보여도 보호자가 아 이제 괜찮나 보다 하고 착각하기 쉬운 듯. 저도 예전에 그걸로 한 번 더 힘들게 한 적 있어서, 이번엔 그냥 화장실만 짧게 해결시키고 바로 들였어요. 눈치 보여도 그게 맞았어요.
그리고 밤에 제가 괜히 잠을 설쳤네요. 뒤척이는 소리만 나도 벌떡 일어나서 상태 보고, 숨소리 듣고, 물은 마셨는지 보고. 좀 유난 떨었다 싶기도 한데 병원 다녀온 날은 그 정도는 해야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다음날 아침에 꼬리 다시 흔드는 거 보고 그제서야 숨 돌렸어요. 병원 한 번 다녀오면 사람도 같이 체력전입니다 진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