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부터 애가 좀 축 처지더니 새벽에 만져보니까 진짜 뜨끈한 거예요. 체온계 찍어보니까 38도 넘고... 하필 남편은 일찍 나가야 해서 저 혼자 새벽부터 난리였네요ㅠㅠ 해열제 먹였는데도 잠깐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고, 애는 계속 칭얼거리고 저는 잠도 못 자고 아침 되자마자 소아과 들고 뛰었어요.
근데 다 똑같은가봐요. 오픈 시간 맞춰 갔는데 이미 엄마들 줄 서 있고 애들 기침 소리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그 순간부터 괜히 더 조급해짐. 우리 애는 제 품에서 축 늘어져 있는데 접수하고 기다리는 그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유모차 끌고 온 집도 있고 아기띠 한 채로 서 있는 사람도 있고, 다들 너무 지쳐 보여서 약간 현실감 오더라고요. 아 나만 이런 거 아니구나 싶으면서도 정신은 하나도 없고.
진료는 생각보다 금방 봤어요. 목이 좀 부었고 감기 쪽 같다고 하시는데, 선생님이 애 숨소리랑 귀까지 꼼꼼히 봐주셔서 그건 좀 안심됐어요. 저는 열 나는 것만 보면 별생각 다 나서 겁부터 먹는 편인데, 지금 당장 심한 건 아니라고 딱 끊어서 말해주시니까 그제야 귀에 들어오더라구요. 집에서 수분 잘 먹이고 열 관리하면서 지켜보라고 하셨어요. 그 말 듣는데 별거 아닌 말인데도 왜 이렇게 살 것 같던지 ㅋㅋ
약국까지 다녀와서 집 오는데 애가 차에서 잠들었거든요. 그 짧은 얼굴 보는데 마음이 좀 이상했어요. 밤새 짜증났던 것도 있고, 안아 달라고 보채는데 솔직히 허리 끊어질 것 같아서 저도 예민해져 있었거든요. 근데 아픈 애는 애대로 힘들었을 텐데 괜히 중간에 제가 한숨 쉰 게 생각나서 좀 미안했네요. 엄마라고 맨날 다정하기만 한 거 진짜 안 됨... 전 특히 더.
지금은 약 먹고 누워 있는데 열은 아침보단 내려갔어요. 그래도 또 밤 되면 올라갈까 봐 체온계만 자꾸 찾게 되고, 물 한 모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별짓 다 하는 중이에요. 소아과 한번 다녀오면 진료 몇 분보다 그 전후가 더 기 빨리는 느낌. 애 아픈 거 보는 게 제일 힘들고, 그 와중에 씻지도 못한 채로 뛰어나간 제 꼴 보면 더 현타 와요. 오늘은 그냥 둘 다 안 울고 넘어가면 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