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내과 가서 피검사랑 복부초음파까지 한 번에 받고 왔는데, 끝나고 나오면서 기분이 좀 묘했음. 어디 엄청 아파서 간 건 아니고, 간헐적 단식 몇 년째 하는데 몸이 진짜 괜찮은 건지 숫자로 확인하고 싶어서 갔거든. 평소엔 공복 길게 가는 날도 많고 저녁 늦게 안 먹는 걸 꽤 철저하게 하는 편이라 솔직히 속으로는 좀 기대했음. 이 정도 했으면 뭐 하나쯤은 좋아져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근데 병원 가는 순간부터 사람이 작아지더라 ㅋㅋ 문진표에 체크 몇 개 하고 혈압 재는데 평소보다 높게 찍힘. 집에서는 그 정도 아닌데 이상하게 병원만 가면 숫자가 올라감. 간호사분은 긴장해서 그럴 수 있다는데, 그런 말 들으면 더 신경 쓰여서 맥박도 괜히 의식하게 됨. 채혈은 금방 끝났는데 공복 상태로 기다리니까 약간 예민해지고, 앞사람 이름 불리는 소리까지 거슬리더라.
진료 볼 때도 재밌는 게, 나는 나름 식사 시간, 공복 시간, 체중 변동 이런 거 머릿속에 표처럼 정리해서 갔는데 의사쌤은 생각보다 되게 담백하게 보더라. 수치 몇 개 짚고 지방간 여부 보고, 체중 빠진 방식이 너무 급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는데 그 말 듣고 오히려 힘이 좀 빠졌음. 내가 혼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포인트랑 병원에서 보는 포인트가 완전히 같지는 않구나 싶어서. 몸은 내가 굴리는데 판독은 또 남의 언어로 들으니까 약간 거리감이 있었음.
결과 자체가 막 충격적인 건 아니었는데, 애매하게 찜찜한 게 남았음. 엄청 나쁘진 않은데 완벽하게 좋지도 않은 그 구간 있잖아. 그러니까 더 애가 탐. 단식하면 머리 맑고 속 편한 날이 분명히 있는데, 검사표는 그 체감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진 않더라. 숫자는 숫자고 컨디션은 컨디션인데, 나는 자꾸 둘을 한 줄로 맞춰보게 됨. 괜히 집 와서 예전 검사 결과 다시 꺼내보고, 식사 시간표도 또 만지작거렸음. 이런 게 건강 챙기는 건지 건강에 집착하는 건지 순간 헷갈리더라.
제일 남는 건 검사 자체보다 기다리는 동안 든 생각이었음. 평소엔 내가 몸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는데, 병원에서는 작은 수치 하나에도 바로 흔들림. 별거 아닌데도 사람 기분 참 이상하게 만든다. 그래서 다음엔 검사 전날부터 괜히 검색창 뒤지지 말고 그냥 가려고 함. 갔다 오면 꼭 한동안 머리가 시끄러워져서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