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지나간 지는 좀 됐는데 그 뒤가 더 사람 피곤하게 하네요. 물집 올라오고 아픈 건 어찌어찌 지나갔는데, 문제는 다 낫고 나서도 그 자리 쪽이 계속 이상한 거. 칼로 찌르는 느낌까진 아닌데 옷 스치기만 해도 따갑고, 가만히 있다가도 전기 오듯이 찌릿 들어오고요. 잠깐 괜찮다가 또 올라오니까 이게 끝난 건지 아닌 건지 사람 미치겠더라고요.

그래서 내과 가서 이것저것 검사했어요. 솔직히 가기 전엔 혹시 당뇨 쪽인가, 염증이 남았나, 다른 데 문제 생긴 건가 별생각 다 했거든요. 나이 먹으니까 괜히 한번 시작되면 자꾸 겁이 남 ㅠㅠ 피 뽑고 이것저것 확인했는데 큰 이상은 없다고 하니까 안심은 됐는데, 또 한편으론 이상 없다는 말이 그렇게 시원하지도 않았어요. 아픈 사람은 난데 검사지는 멀쩡하다고 하니까 좀 허무한 느낌.

의사 말로는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가 오래 갈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말 듣는 순간 아... 이게 금방 끝날 일은 아니겠구나 싶었네요. 약도 더 세게 먹는다고 드라마틱하게 싹 없어지는 건 아니고, 통증 조절하면서 지켜보자는 식인데 저는 그게 제일 답답했습니다. 딱 부러지게 여기 고치면 끝 이런 게 없으니까. 괜히 예민한 사람 된 것 같고, 집에서는 별말 안 해도 혼자 짜증이 자꾸 나더라고요 ㅋㅋ

웃긴 건 남들은 겉으론 멀쩡해 보인다는 거예요. 열나는 것도 아니고 상처가 크게 보이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다 나은 줄 알아요. 근데 샤워할 때 물 닿는 느낌도 거슬리고, 피곤한 날은 유독 더 올라오고, 잠 설치는 날은 다음날 컨디션이 확 꺾여요. 그래서 요즘은 괜히 무리 안 하려고 합니다. 한 번 깨달은 게 있으면 몸이 한번 신호 보내고 나면 예전처럼 버티는 식으론 안 된다는 거.

검사받고 든 생각은 하나였어요. 아프면 숫자나 결과보다 내가 느끼는 불편이 더 진짜라는 거. 큰 병 아니라는 말은 고맙지만, 그렇다고 안 아픈 건 아니니까. 그 중간에 붕 뜬 기분이 제일 별로였네요. 요즘은 통증 없는 날 나오면 그날이 그냥 귀합니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그게 제일 크게 느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