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과 가서 이것저것 검사받고 왔는데 이상하게 다녀오면 속이 좀 풀려야 되잖아요. 근데 반대였네요. 기다리는 동안부터 사람 지치게 만들더니 막상 설명은 짧고 애매하고... 수치는 크게 문제 없다고 하는데 내가 밤마다 뒤집어지는 건 누가 겪어주나 싶고. 멀쩡하단 말 들으면 안심이 돼야 되는데 왜 더 허무한지 모르겠어요.
잠을 못 자니까 몸이 망가지는 느낌은 분명한데 검사표에는 그게 깔끔하게 안 찍히는 모양이더라고요. 가슴도 답답하고 속도 울렁거리고 손끝도 괜히 저릿한 날 있는데, 막상 병원 가면 말하다가 내가 예민한 사람 된 것 같고 ㅠㅠ 그 몇 분 사이에 내가 겪는 밤들이 다 지워지는 기분이 제일 짜증남.
부산이라 바람 좀 쐬면 낫겠지 싶어도 새벽 되면 또 눈만 말똥말똥. 검사받느라 반차 쓰고 돈 쓰고 체력 쓰고 나왔는데 남은 건 찝찝함이랑 피곤함뿐이네요. 별거 아니면 다행이다 이런 생각까지도 이제 잘 안 듦. 별거 아닌데 이 정도로 사람을 닳게 만드나 싶어서.
집 와서 결과지 다시 봐도 내가 뭘 본 건지 모르겠고, 괜히 한숨만 나옴... 몸은 분명 신호를 보내는데 자꾸 괜찮다 괜찮다 하니까 내가 나를 못 믿게 되는 게 제일 싫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