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 내과 갔다가 갑상선기능저하 얘기 처음 들었을 때보다, 검사 다 끝나고 집 와서 더 멍했어요. 사실 저는 그냥 몸이 너무 무겁고 자도 잔 것 같지가 않고, 손발 차고, 괜히 붓는 느낌이 계속 있어서 빈혈 쪽인가 했거든요. 아침마다 눈 뜨는 게 너무 힘들고 집중도 안 돼서 제가 게을러진 줄 알았음ㅠㅠ

채혈하고 결과 기다리는 시간도 별거 아닌데 괜히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숫자 몇 개로 설명 들으니까 오히려 이상했어요. 몸은 분명 내가 제일 오래 겪었는데, 막상 의사 입으로 들으니까 그제야 아 이게 컨디션 문제가 아니었구나 싶고. 근데 또 바로 안심되는 건 아니고, 내가 왜 이렇게까지 둔해졌는지 하나씩 떠오르니까 좀 서럽더라구요. 살이 찐 것도 식욕 때문인 줄 알고 혼자 눈치 봤던 것도 생각나고요.

약은 공복에 챙겨 먹으라고 해서 그거부터 생활이 바뀌었어요. 원래 아침에 눈 뜨자마자 커피부터 마시는 편인데 그걸 잠깐 미뤄야 하는 게 생각보다 거슬림ㅋㅋ 별거 아닌데도 하루 리듬이 꼬이는 느낌이 있었어요. 칼슘제나 철분제 같이 먹지 말라고 한 것도 메모해놨고, 채혈 수치 다시 보자고 한 날짜도 달력에 넣어뒀어요. 이런 건 설명 들을 때는 쉬워 보여도 집 오면 헷갈려서 적는 게 낫더라고요.

제일 좀 그랬던 건 주변에서 피곤한 건 다 그렇지~ 하는 반응이었어요. 피곤, 추움, 붓기 이런 게 너무 흔한 말이라 더 대수롭지 않게 넘기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생리 전이라 그런가, 요즘 잠을 못 자서 그런가, 그냥 나이 들어서 그런가 이런 식으로 계속 다른 이유를 붙였거든요. 근데 몸이 보내는 신호가 은근히 한 방향으로 쌓이고 있었던 거였어요. 괜히 참았다 싶기도 하고.

아직 약 먹고 확 좋아졌다 이런 단계는 아니에요. 그냥 검사 한 번 받고 나니까 제가 유난 떠는 줄 알았던 순간들이 조금 덜 억울해졌어요. 몸이 이상하다고 느낀 게 틀린 건 아니었구나 싶어서. 이상하게 그 생각이 제일 오래 남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