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얼굴이 갑자기 확 달아오르다가 식은땀 나고, 밤에는 자다 몇 번씩 깨고 그러니까 슬슬 버티기가 싫더라고요. 원래도 갱년기겠지 싶긴 했는데, 괜히 혼자 넘기다가 더 예민해지는 느낌이라 내과부터 가봤어요. 산부인과를 먼저 가야 하나 싶었는데 일단 집 가까운 데로 간 거죠.

가서 증상 얘기하는데 제가 말하고도 좀 웃겼어요. 어디가 콕 집어서 아픈 건 아닌데 사람이 영 아니거든요. 심장이 벌렁거릴 때도 있고, 머리가 멍한 날도 있고, 이유 없이 짜증이 확 올라오고... 근데 막상 말로 하려니 두서가 없더라구요. 의사 선생님이 혈압 재고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제가 괜히 혼자 심각하게 생각했나 싶기도 하고.

검사 몇 개 하고 나서는 당장 큰 이상은 없어 보인다고 하셨어요. 듣자마자 안심돼야 하는데 이상하게 허탈했어요. 내가 이렇게 불편한데 큰 이상 없다는 말 들으면 좋으면서도 맥 빠지잖아요 ㅠㅠ 몸은 분명히 힘든데, 숫자로 딱 나오는 게 없으니까 괜히 내가 유난인가 싶고. 그래서 갱년기 증상 때문에 그럴 수 있냐고 다시 물어봤네요.

약을 바로 이것저것 먹는 쪽보다는 일단 수면이랑 컨디션부터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카페인 줄이고, 너무 더울 때 입을 옷 좀 가볍게 챙기고, 잠을 못 자는 게 제일 사람을 망가뜨린다고... 솔직히 뻔한 말 같았는데 집 와서 생각해보니 제가 요새 커피로 버티고 있었어요ㅋㅋ 밤에 덥다고 깨면서도 낮엔 또 정신 차리겠다고 마시고. 악순환이었나 싶고.

암튼 다녀오긴 잘한 것 같아요. 괜히 참고 있다가 별별 상상하는 것보단 나았어요. 근데 갱년기라는 말이 남 일 같다가 제 얘기 되니까 기분이 좀 묘하네요. 아직도 적응 안 됨...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자꾸 확인받는 느낌이라 좀 씁쓸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