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끼는 건데 회사 일보다 회사 사람 상대하는 게 더 어렵다. 엑셀은 틀리면 빨간 줄이라도 떠주는데 사람 마음은 그런 게 없더라. 얼마 전에 팀 점심 먹으러 갔는데, 내 맞은편에 다른 부서 분이 앉았거든. 원래 그냥 밥만 먹고 조용히 복귀하는 그림이었는데, 다들 묘하게 둘이 대화하게 판을 깔아줌. 난 순두부찌개 앞에 두고 갑자기 소개팅 0.5회차 들어간 느낌이라 숟가락만 만지작거렸다. 웃긴 건 평소 혼자 있을 땐 머릿속으로 할 말 되게 많음. 근데 막상 “주말에 뭐 하셨어요?” 들으니까 뇌가 퇴근함. “아… 빨래요.” 이 한마디 하고 분위기까지 같이 삶아버림.

그 뒤로 괜히 의식돼서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 톤도 이상해짐. 원래 “안녕하세요” 하면 되는데, 꼭 목소리가 반 톤 올라가거나 너무 작아짐. 혼자 속으로는 자연스럽게 하자, 어른답게 하자 하는데 현실의 나는 자판기 앞에서 카드 인식 안 되는 사람처럼 버벅거림. 더 킹받는 건 주변 선배들이 그거 보고 괜히 의미부여함. “어? 까망 오늘 표정 좋은데?” 이러는데, 아니요 선배님 그냥 커피가 덜 써서 그런 겁니다.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내가 그분한테 엄청 호감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오랜만에 이성과 대화를 해서 혼자 과몰입 중인 건지도 헷갈림. 모태솔로 경력직의 문제점이 여기서 나오는 듯. 작은 친절 하나에도 혼자 확대해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 메신저로 업무 질문 오면 평소보다 0.8초 빨리 답장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는데, 이쯤 되면 사랑이 아니라 조건반사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괜히 들이댔다가 같은 회사에서 어색해지면 그건 그것대로 지옥문 열리는 거고.

그래서 좀 물어보고 싶음. 직장에서 이런 미묘한 호감 생기면 다들 어떻게 함? 그냥 조용히 지나가게 두는 편인지, 아니면 가볍게 커피라도 물어보는 편인지. 나는 지금도 점심시간만 되면 괜히 동선 계산하고 있는 나 자신이 제일 웃김. 일은 열심히 하는데 연애 쪽은 아직도 수습 기간 못 벗어난 느낌이다. 나 같은 사람 있으면 경험담 좀 던져줘라. 괜히 혼자 북치고 장구치다 퇴사 사유 추가하고 싶진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