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받는 날
간호사들의 훈련된 동작이었다. 문답지에 사인을 하고 옷 갈아 입고 대기실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는다. 간호사가 보호자가 오느냐고 물어, 정오 쯤이라 했더니 오후 2시에 오란다. 아마도 내시경 후 회복하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고려할 테지.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좁은 복도를 이동해 검사실 침대에 누웠다. 간호사가 몇 번인가 자세 교정을 시켰다.
아내는 성당에서 레지오 미사 중인데 오후 2시에 도착할 수 있을까. 간호사가 담당의에게 치핵 얘기를 해 줄까. 꿈을 꾸고 싶다. 어머니를 만나야지, 생전에 아들로부터 한 번도 사랑해요, 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내 어머니, 췌장암을 함구한 아들, 그게 효행이랍시고 어머니를 속이고, 끝내 말씀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놓으신 어머니.
물 좋은 영덕 대게, 도대체 그게 뭐라고 생전에 그렇게 바빠 하루 휴가도 못 냈나? 내 우유부단함은 한 둘이 아니다. 해마다 ‘현비유인 월성이씨’이면 다 묻히리라는 택도없는 방어기제로 덮어버린 2009년 이후, 좀 더 살아보겠다는 같잖은 아들에게 어머닌 잔명을 내주시고, 어느 손 없는 날을 택일하셨다.
아득한 침잠의 세계로 든다. 어머니 대신 아내의 손이 따뜻해 꼭 붙들었다. 천지에 하나 뿐인 아내에게 프로포플 신드롬을 읊으며 또 사랑타령을 했었나?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