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뭐 하나 나면 좀 버티는 편이거든요. 감기도 버티고, 인생도 버티고, 소개팅 애프터 안 오는 것도 버티는 인간이라 피부도 대충 그러려니 했음. 근데 이번엔 턱이랑 볼 쪽에 빨갛게 올라오는데 그냥 뾰루지 느낌이 아니라 은근 뜨겁고, 세수할 때 따갑고, 가만있어도 존재감이 너무 큰 거임. 거울 볼 때마다 “아 나 또 뭘 잘못 먹었나” 이 생각만 함.
처음엔 또 혼자 별짓 다 했죠. 진정된다는 크림 바르고, 물 많이 마시면 낫겠지 싶어서 괜히 생수병만 들고 다니고, 베개커버도 갈아봄. 근데 이런다고 갑자기 피부가 개과천선하진 않더라고요 ㅋㅋ 오히려 며칠 지나니까 붉은기가 넓어지고, 만지면 살짝 욱신한 느낌까지 생김. 여기서도 바로 간 건 아님. 왜냐면 병원 가면 괜히 “이 정도로 왔어요?” 할까 봐 쫄았음. 쓸데없는 자존심 진짜 최강임.
결정타는 회사에서였어요. 마스크 벗고 커피 마시는데 옆자리 분이 턱 쪽 보고 “많이 건조하신가 봐요” 이러는 순간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듦. 건조는 무슨, 거의 얼굴이 소리지르고 있었던 건데 나만 모른 척했던 거지. 그날 저녁에 바로 피부과 갔는데, 의사쌤이 보자마자 오래 끌수록 더 예민해질 수 있었다고 해서 좀 머쓱했음. 아 내가 또 특기인 존버를 이상한 데다 썼구나 싶더라 ㅠㅠ
약 바르고 며칠 지나니까 그제야 열감이 좀 빠지고 따가운 것도 덜했어요. 괜히 혼자 검색하면서 버틴 시간이 제일 아까웠음. 특히 아프진 않은데 계속 신경 쓰이고, 붉은기랑 따가움이 며칠째 안 꺼지면 그냥 가는 게 낫더라구요. 나처럼 “좀 더 보면 낫겠지” 하다가 얼굴만 더 난감해질 수 있음. 전 연애는 못 해도 피부 눈치는 좀 빨리 챙겼어야 했는데 그걸 또 늦게 배움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