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떠오르는 생각이 뭐냐면, 나는 왜 꼭 잘 준비해서 나간 소개팅보다 편의점 가는 날이 더 사람 같아 보일까 하는 거임. 소개팅 있는 날엔 머리도 만지고 옷도 고르고 거울도 세 번은 보는데, 막상 나가면 긴장해서 “아 네 맞아요”만 반복하는 NPC가 됨. 반대로 밤에 츄리닝 입고 음료수 사러 내려갈 때는 괜히 기분이 편해서 혼자 “이럴 때 누가 나 보면 제일 자연스럽다 할 텐데” 같은 생각함. 문제는 그걸 볼 사람이 없다는 거고. 여기서부터 이미 웃긴데 안 웃김.
그리고 이상하게 사람 마음이라는 게, 낮에는 멀쩡하다가 밤만 되면 혼자 과몰입 모드 들어가잖아. “내가 너무 재미없는 사람인가”, “대화할 때 텐션을 좀 올려야 하나”, “아까 그 말은 굳이 왜 했지” 이런 거. 한 번 시작하면 예전 짝사랑 흑역사까지 자동 재생됨. 초등학교 때부터 최근까지 연애 성적표 쭉 훑으면 거의 우상향이 아니라 바닥을 정성스럽게 닦아온 수준임. 모태솔로도 오래 하면 그냥 상태가 아니라 캐릭터성 되는 것 같음. 나중엔 자기소개할 때 장점, 단점 말고 특성으로 넣어야 하나 싶다.
근데 또 웃긴 게, 완전 포기한 건 아님. 가끔 길 가다가 다정하게 대화하는 커플 보면 부럽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저 사람들도 처음엔 어색한 구간이 있었겠지 싶더라. 나만 유독 시작 버튼을 못 누르고 있는 건가 싶다가도, 언젠가 한 번쯤은 좀 덜 얼고 덜 재고 그냥 편하게 말할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함. 물론 그 “언젠가”가 너무 장기 연재라 독자 이탈 걱정되는 수준이긴 한데.
다들 요즘 혼자 자주 떠오르는 생각 있음? 꼭 거창한 거 아니어도 됨. 나는 요새 진짜 “이상형보다 내 앞에서 안 떠는 사람이 먼저다” 이 생각 제일 많이 함. 내가 안 떠는 건 아직 먼 얘기라서. 아무튼 비슷한 사람 있으면 좀 알려줘라. 나만 밤마다 혼자 인생 회의 여는 거 아니라고 해주면 오늘은 조금 덜 민망하게 잘 수 있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