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짜 한 것도 없는데 하루가 묘하게 빨리 끝남. 분명 아침에 눈 뜰 때만 해도 오늘은 좀 사람답게 살아보자 했거든요. 근데 현실은 물 마시고 폰 좀 보고, 채용공고 몇 개 열어봤다가 자소서 파일 제목만 보고 갑자기 심장이 귀찮아짐. 그러다 점심 먹고 나면 이미 “오늘도 수고했다” 모드 들어가 있음. 아직 수고한 건 없는데 마음만 퇴근하는 거 저만 그런가요.

그래도 이상하게 이런 루틴 속에서 소소하게 꽂히는 게 있더라. 요즘은 해 질 때쯤 창문 열어놓는 시간이 좀 좋았음. 바람 들어오고 밖에서 애들 뛰노는 소리 들리면, 내가 대단한 삶을 사는 건 아니어도 어쨌든 오늘 하루도 지나가고 있구나 싶음. 편의점 갔다가 삼각김밥이랑 캔커피 들고 오는 그 10분도 은근 리셋되는 느낌 있고. 너무 거창한 취미는 귀찮고, 그렇다고 완전 누워만 있으면 내가 화석 되는 기분이라 이런 애매한 소소함이 생각보다 버팀목이 되는 듯.

가끔은 내가 이렇게 사소한 거에 만족하면 안 되나 싶다가도, 또 맨날 거창하게 살 수도 없잖아요. 취준이란 게 원래 결과 없을 때 제일 사람 기빨리게 만드는 것 같음. 지원은 했는데 연락 없고, 뭘 더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뇌는 벌써 로딩 중이고. 그래서 요즘은 “오늘 한 일 1개만 있으면 됐다” 이렇게 좀 낮춰서 생각하는 중임. 이력서 한 줄 고쳤으면 성공, 방 청소 10분 했으면 성공, 산책 나갔으면 대성공. 기준이 낮아진 게 아니라 생존형 현실 조정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