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하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음. 이렇게 살다간 진짜 연애는커녕 편의점 1+1이랑만 평생 짝꿍할 것 같아서, 큰맘 먹고 소개팅 앱 하나 깔아봤다. 닉네임 쓰는 칸에서부터 벌써 막힘. 너무 진지하면 부담스럽고, 너무 웃기면 사람 말고 알고리즘만 좋아할 것 같고. 결국 무난하게 적었는데도 셀카 고르는 데 40분 씀. 근데 40분 고민해서 고른 결과물이 “생기 없는 주민등록증의 여름 버전”이라 좀 슬펐음.
그래도 용기 내서 프로필 다 채웠는데, 취미 적는 칸에서 현타가 세게 오더라. 남들은 러닝, 전시, 서핑 이런 거 쓰는데 나는 누워서 유튜브 보다가 광고 5초 전에 건너뛰기 누르는 반사신경밖에 생각이 안 남. 성격 소개도 문제였음. “배려심 있음” 쓰자니 내가 나를 면접 보는 느낌이고, “웃긴 편” 쓰자니 최근 대화 상대가 키오스크였어서 확신이 안 섰다. 결국 최대한 사람처럼 써보긴 했는데, 작성하고 나니까 “연애하고 싶다”보다 “사회 적응 중입니다”에 가까운 문서가 완성됨.
더 웃긴 건 매칭 화면 넘기다가 괜히 혼자 자세 고쳐 앉았다는 거임. 상대가 내 화면 밖에 있는데도 예의 차리는 모태솔로의 품격이랄까. 그러다 한 분이랑 대화 시작할 기회가 생겼는데 첫마디 뭐 보낼지 10분 고민하다가, 너무 무난하면 묻히고 너무 드립치면 차단당할까 봐 또 멈춤. 결국 “안녕하세요” 쳤다가 지우고,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쳤다가 지우고, 마지막엔 그냥 폰 내려놓고 물 마심. 연애 시장에 참가한 게 아니라 탈수 예방만 하고 끝난 느낌.
근데 또 완전 망한 건 아닌 것 같기도 함. 적어도 오늘은 “나도 한번 해보자” 하고 움직이긴 했으니까. 예전 같으면 상상만 하다가 끝냈을 텐데 앱이라도 깔고 프로필이라도 썼다는 점에서 소심한 진전은 맞는 듯. 혹시 여기서도 이런 거 처음 시작할 때 말 거는 멘트 때문에 얼어붙었던 사람 있음? 너무 부담 없는데 너무 성의 없어 보이지도 않는 첫마디 뭐가 괜찮았는지 좀 알려주라. 나도 이제는 진짜 모태솔로 탈출 시도 중이라고 말이라도 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