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끼는 소소한 거 하나 적어보자면, 나이 먹을수록 거창한 이벤트보다 진짜 별거 아닌 거에서 기분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음. 예전엔 주말에 누구 만나서 뭐 재밌는 일 생기고 그래야 “아 이번 주 괜찮았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퇴근길에 편의점 들렀다가 마시고 싶던 음료 2+1 하는 거 보면 괜히 기분 좋아짐. 사람 인생이 이렇게 할인행사에 흔들려도 되나 싶은데, 또 생각해보면 내 연애운보다 확실한 행복이라 납득하게 됨.
출근길도 좀 웃긴 게, 맨날 지하철에서 이어폰 끼고 혼자 멍때리다가 앞에 커플 서 있으면 괜히 시선 둘 데 없어짐. 부러운 건 맞는데 그렇다고 막 드라마처럼 절절하진 않고, 그냥 “와 저 사람들은 아침부터 누가 챙겨주는 인생이네” 이 정도? 나는 알람도 나 혼자 끄고, 커피도 내 돈 주고 사고, 기분도 셀프로 달래야 해서 가끔 좀 웃김. 모태솔로 탈출 시도 중인 20대 남자의 서울 라이프가 원래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대신 요즘은 작은 루틴 같은 게 좀 생겨서 그건 나름 괜찮음. 집 가는 길에 동네 빵집 지나가면서 냄새 맡는 거, 날씨 애매하게 좋을 때 일부러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걷는 거, 밤에 누워서 쓸데없이 소개팅 앱 프로필 다시 보다가 “아 내가 이 사진을 왜 넣었지” 자아비판 3분 하는 거. 별거 아닌데 하루가 완전 망한 느낌은 덜 해줌. 가끔은 진짜 인생이 엄청 특별해지길 바라다가도, 또 막상 이렇게 조용히 흘러가는 날들이 은근 덜 피곤해서 나쁘지 않더라.
근데 다들 원래 이런 소소한 거에 만족하면서 사는 거임? 아니면 나만 너무 빨리 소확행 모드로 들어간 건가. 연애는 아직 먼 얘기 같고, 일상은 생각보다 꾸역꾸역 굴러가고, 웃긴 건 그런 와중에도 괜찮은 사람 있으면 또 혼자 상상 풀가동함. 역시 사람은 안 변하는 듯. 다들 요즘 일상에서 “아 이건 좀 사소한데 좋았다” 싶은 거 있으면 하나씩만 적어줘봐. 남의 소소한 행복 구경하는 것도 은근 재밌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