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짜 거창한 일은 없는데, 이상하게 소소한 걸로 하루가 왔다 갔다 함. 아침에 집 나가서 지하철 탔는데, 내 앞에 커플이 이어폰 하나씩 나눠 끼고 있더라. 난 그걸 보는 순간부터 갑자기 출근길 BGM이 슬픈 쪽으로 자동 재생됨. 아니 뭐 남의 연애를 내가 왜 서브스크립션처럼 매일 체험해야 하냐고. 서울 하늘은 맑았는데 내 연애운만 미세먼지 낀 느낌이었음. 그래도 웃긴 게, 그런 장면 볼 때마다 괜히 “좋다…” 싶다가도 바로 “근데 난 왜 혼자지?”로 마무리됨. 감정선이 아주 바쁨.
회사 근처 카페에서도 별거 아닌데 혼자 피식한 일이 있었음. 주문 기다리는데 내 앞사람 닉네임이 불리더라. “자기야 고객님~” 이런 건 아니고 그냥 되게 귀여운 닉이었는데, 순간 나도 앱 닉네임 좀 바꿔볼까 고민함. 맨날 무난하게만 해놨지, 소개팅 앱이든 뭐든 너무 성실한 공무원 톤으로만 써놓은 거 아닌가 싶더라. 근데 또 막상 바꾸려니까 오글거려서 손이 안 감. 센 척도 못 하고, 유머러스한 척도 어색하고. 결국 지금도 애매한 인간임. 연애는 적극적인 사람이 유리하다는데, 나는 적극적이기 전에 문장 하나 쓰고 지우는 데 15분 쓰는 타입이라 좀 답답함.
최근엔 퇴근하고 동네 좀 걷는 게 은근 재밌더라. 예전엔 빨리 집 가서 눕는 게 목표였는데, 요즘은 편의점 들러서 쓸데없는 신상 과자 구경하고, 공원 벤치에 잠깐 앉아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괜찮았음. 다들 바쁘게 사는데 나만 멈춘 것 같아서 초조할 때도 있는데, 가끔은 그런 시간이 있어야 덜 찌질해지는 느낌? 물론 현실은 벤치에 앉아서 “여기서 우연히 누가 말 걸면 영화 시작인데” 같은 망상 3초 하고, 바로 모기한테 한 입 물리고 귀가함. 내 인생은 늘 로맨스 직전에서 생활벌레가 컷함.
근데 또 이런 소소한 루틴이 생기니까 하루가 아예 재미없는 건 아니더라. 막 엄청 행복하다 이런 건 아닌데, 그냥 “오늘도 그럭저럭 사람답게 살았다” 싶은 느낌은 있음. 다들 일상에서 이런 사소한 포인트 있냐? 진짜 별거 아닌데 괜히 기분 풀리는 거. 난 요즘 편의점 냉장고 문 열었을 때 바람 시원하게 나오면 그걸로도 좀 살아남는 중임. 이렇게 쓰고 보니까 좀 짠한데, 원래 혼자 사는 감성은 약간의 자조를 곁들여야 제맛 아니겠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