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예전처럼 바로 침대에 누워버리기보다, 잠깐이라도 창문을 열어두는 습관이 생겼어요. 바람이 들어오면 방 안 공기가 좀 바뀌는 느낌이 나서요. 사실 대단한 변화는 아닌데, 그런 사소한 게 생각보다 기분에 닿더라고요. 예전엔 이런 말도 좀 민망했는데, 진짜 사람 마음이란 게 엄청 거창한 걸로만 움직이는 건 아닌가 봐요.
오늘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랑 따뜻한 캔커피 사서 집에 왔는데, 이상하게 그 조합이 되게 위로처럼 느껴졌어요. 엄청 맛있는 것도 아닌데 “아, 오늘도 어찌저찌 넘겼네”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회사에서는 여전히 정신없고, 어떤 날은 말 한마디에도 괜히 오래 마음이 가라앉는데, 집 오는 길에 하늘 한번 보고 컵 씻어놓고 그런 사소한 일들을 해내면 아주 조금은 덜 무너지는 기분이 들어요. 회복이라는 게 확 좋아지는 게 아니라, 이렇게 티 안 나게 조금씩 오는 걸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전에는 제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만 자꾸 했는데, 요즘은 그냥 지금의 저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으려고 해요. 오늘 웃긴 영상 하나 보고 웃었으면 그것도 괜찮고, 씻고 누운 것만으로도 잘한 날일 수 있고요. 누가 보면 별것도 아닌 얘기일 텐데, 당사자한테는 그런 작은 통과들이 꽤 크잖아요. 혹시 저처럼 요즘 일상 버티는 분들 있으면, 다들 어떤 순간에 좀 숨 돌려지세요? 저는 이상하게 전자레인지 돌아가는 소리 들으면서 멍 때릴 때가 좀 진정되는 편이더라고요.
괜찮아지려고 애쓰는 것도 결국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서, 너무 빨리 나아야 한다고 다그치면 더 지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냥 소소한 것들부터 챙겨보는 중이에요. 햇빛 좀 보기, 물 미리 받아두기, 좋아하는 냄새 나는 세제 쓰기 같은 거요. 그런 게 생각보다 도움될 수 있어요. 다들 오늘 하루도 버티느라 수고 많았어요. 진짜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