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퇴하고 나서는 아침에 집 근처 카페 들렀다가 천천히 산책하는 시간이 제일 좋더라고요. 예전엔 늘 바쁘게만 다녀서 몰랐는데, 이렇게 느긋하게 걷다 보면 계절 바뀌는 냄새도 먼저 맡게 되고, 늘 같은 길인데도 그날그날 느낌이 좀 다르더라고요. 오늘도 커피 한 잔 들고 공원 쪽으로 걸어가는데,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표정이 하나같이 편안해 보여서 저도 괜히 마음이 풀어졌어요.

그런데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 게 있었어요. 사람은 왜 걷기만 해도 생각이 정리되는 걸까요? 집에 앉아서 이것저것 고민할 땐 머리가 더 복잡한데, 이상하게 밖에 나와서 나무 보고 하늘 보고 천천히 걷다 보면 별거 아닌 일도 “에이, 괜찮겠지” 싶어질 때가 있잖아요. 저도 젊을 때는 그런 걸 몰랐는데, 요즘은 산책 한 번 하고 들어오면 괜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날이 많아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기분 전환에는 꽤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카페에서도 가만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들어요. 꼭 누구랑 수다를 떨지 않아도, 창가에 앉아서 사람들 오가는 거 보고 잔잔한 음악 듣고 있으면 혼자 있는 시간이 심심하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요즘 일부러라도 하루에 한 번은 밖으로 나가보려고 해요. 집에만 있으면 편하긴 한데, 또 너무 가만히 있으면 몸도 마음도 같이 처지는 느낌이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