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상에서 느낀 소소한 거 하나 적어보자면, 사람은 안 바쁜데도 바쁜 느낌으로 살 수 있다는 거임. 저 요즘 취준한다고 아침에 알람 맞춰놓고 일어나긴 하는데, 눈 뜨자마자 “오늘은 진짜 사람답게 살아야지” 생각한 뒤에 침대에서 40분 정도 누워서 천장과 교감함. 그러고 겨우 일어나서 물 마시고, 대충 씻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갑자기 내가 엄청 성실한 사람 같음. 근데 또 채용 공고 몇 개 보다 보면 기가 쭉 빨려서 커피만 진해지고 인생은 안 진해짐.
이상하게 별것도 아닌 루틴이 하루를 좀 붙잡아주는 느낌은 있더라. 아침에 동네 한 바퀴 걷는 거, 편의점 가서 삼각김밥이랑 커피 사오는 거, 집 와서 괜히 책 한 장이라도 넘겨보는 거. 엄청 대단한 건 아닌데 이런 거 없으면 하루가 그냥 물에 풀어진 휴지처럼 흘러감. 경기 쪽 살아서 동네가 막 복잡하진 않은데, 해 질 때쯤 밖에 나가면 다들 각자 갈 데가 있는 얼굴로 지나가서 괜히 나만 붕 뜬 기분 들 때도 있음. 그럴 때는 좀 웃김. 나도 분명 어디론가 가는 중이긴 한데, 목적지가 집 앞 마트라는 점만 다를 뿐.
그리고 요즘은 작은 걸 괜히 오래 보게 됨. 베란다 쪽으로 들어오는 바람, 저녁에 컵라면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10분, 빨래 널어놓고도 귀찮아서 한참 안 걷는 거. 예전엔 이런 시간들이 다 낭비 같았는데, 지금은 그냥 이게 내 생활이구나 싶음. 거창한 변화는 없는데도 하루하루 결이 조금씩 다른 건 신기하더라. 어제는 괜히 축 처졌는데 오늘은 또 별 이유 없이 괜찮고. 인간 컨디션 너무 랜덤 아님?
다들 요즘 그런 소소한 거 뭐 있음? 막 엄청 행복 이런 거 말고, 그냥 “아 이 정도면 오늘 버텼다” 싶은 포인트. 저는 요즘 저녁에 샤워하고 선풍기 바람 맞는 그 3분이 제일 사람 같음. 진짜 별거 아닌데 그게 또 은근 좋더라고. 백수 생활이 웃기면서도 미묘해서, 가끔은 이런 사소한 걸로 하루 마감하는 맛에 사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