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참 걷기 좋더라고요. 저는 경기 쪽에서 지내는데, 아침엔 동네 한 바퀴 천천히 돌고 들어와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이 제일 좋습니다. 은퇴하고 나서는 일부러라도 바깥 공기를 쐬려고 하는 편인데, 예전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이 요즘은 눈에 더 잘 들어와요. 나무 잎 색이 조금씩 달라지는 거라든지, 늘 같은 자리에 있던 벤치에 앉는 사람이 바뀌는 거라든지요. 그러다 오늘은 혼자 걷다가 괜히 하나 궁금해졌습니다.
왜 어떤 날은 분명 같은 길인데도 훨씬 더 멀게 느껴질까요? 다리 상태가 아주 다르다기보다, 기분 때문인지,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같이 걷는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젊을 땐 그냥 빨리빨리 다녔으니 이런 생각도 안 했는데, 요즘은 천천히 걷다 보니 그런 사소한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어떤 날은 금방 집 앞 공원까지 간 것 같은데, 또 어떤 날은 "오늘은 왜 이렇게 길지?" 싶을 때가 있거든요.
카페에서도 비슷한 걸 느낍니다. 같은 자리, 같은 시간대, 비슷한 메뉴인데도 어떤 날은 한 시간이 금방 가고, 어떤 날은 유난히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있어요. 옆자리 사람들 말소리 때문인지, 제가 그날 괜히 생각이 많은 건지, 그런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라진다고들 하는데, 막상 하루 안에서 보면 또 느리게 가는 순간도 있어서 그게 참 신기해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도 그런 때 있으신가요? 같은 산책길이 다르게 느껴진다든지, 같은 카페인데 유독 편한 날이 있다든지요. 별건 아닌데 저는 이런 사소한 차이가 꽤 재미있습니다. 괜히 혼자 이유를 붙여보다가도, 또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를 것 같아서 궁금해지네요. 다들 요즘은 어떤 순간에 "오늘은 좀 다르네" 싶은지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