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들어오기 전에는 맨날 시간이 없다고 했거든요. 출근해야지, 연락 답해야지, 주말엔 또 밀린 집안일 해야지. 근데 막상 집에 오래 있어 보니까 웃긴 게,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정신이 늘 딴 데 가 있었던 거더라고요. 요즘 제일 자주 드는 생각이 “사람 하나 키우는 데 이렇게 많은 손이 가는데, 나는 그동안 세상을 너무 대충 봤구나”예요. 애는 밥 먹이다가도 갑자기 울고, 잘 놀다가도 이유 없이 찡얼대고, 방금 치운 거실은 7분 만에 다시 전쟁터가 됩니다. 진짜 이 집엔 작은 토네이도가 사나 싶어요.
근데 또 그 와중에 이상하게 웃긴 순간이 많아요. 분명 제가 분유 타고 기저귀 갈고 온몸으로 재롱 떨었는데, 엄마 들어오는 소리만 나면 표정이 바로 바뀌는 거예요. 방금까지 저를 인생 전부처럼 붙잡고 있었으면서 갑자기 “아, 임시 담당자였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괜히 서운해서 “아빠도 정규직인데?” 이런 말 혼자 합니다. 육아휴직하면 뭔가 여유롭고 감성적인 시간도 많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젖병 삶는 타이밍 계산하면서 커피 식는 속도만 구경하게 되네요.
또 하나 자주 드는 생각은, 어른들도 결국 컨디션 따라 사는구나 하는 거예요. 애가 잠 설친 다음 날은 저도 세상이 다 예민하게 보이거든요. 별일 아닌 말에도 괜히 욱할 수 있고, 몸이 피곤하면 마음도 같이 좁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예전보다 남들한테도 좀 덜 쉽게 판단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 사람도 어젯밤에 자기만의 새벽 3시를 버텼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요. 육아가 사람을 철들게 한다기보다, 좀 덜 함부로 굴게 만드는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가끔 궁금해요. 다들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부모가 된 다음에, 원래 알던 세상을 새로 배우는 느낌이 드셨나요? 저는 요즘 길에서 우는 아이 소리만 들어도 자동으로 시선이 가고, 식당 자리도 유모차 들어갈 공간부터 보게 되더라고요. 예전엔 진짜 몰랐던 것들인데요. 육아휴직이 힘들긴 한데, 이상하게 지나고 나면 제일 오래 기억날 시간일 것도 같아요. 다들 요즘 자주 떠오르는 생각 하나씩 있으신가요? 저만 이렇게 뜬금없이 철학자 됐다가, 5분 뒤엔 이유식 온도 맞추는 사람 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