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에서 진짜 별거 아닌 일로 괜히 마음이 좀 출렁였어요. 오전부터 메신저는 계속 울리고, 급한 건 다 제일 마지막에 알려주면서 왜 바로 안 되냐는 분위기 있잖아요. 예전엔 그런 날이면 속으로 열 번쯤 씩씩대다가 집 와서도 계속 곱씹었을 텐데, 요즘은 아 나도 이제 진짜 서른이구나 싶은 게, 짜증은 나도 예전처럼 오래는 안 가더라고요. 점심도 대충 먹고 일하다가 오후 늦게 잠깐 창밖 봤는데 햇빛이 묘하게 좋았어요. 별것도 아닌데 그때 갑자기 오늘 하루를 너무 성실하게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퇴근하고 집 오는 길에 편의점 들러서 캔맥주 하나랑 반값 스티커 붙은 샐러드 집어 왔어요. 누가 보면 좀 쓸쓸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저는 그런 소소한 타이밍이 은근 좋더라고요. 집 도착해서 씻고 머리 말리기도 전에 캔 따는데 그 소리 있죠, 그게 오늘의 종료 버튼 같았어요. 그리고 베란다 쪽 창문 살짝 열어놨더니 바람이 들어오는데, 갑자기 괜히 마음이 좀 풀리더라고요. 대단한 일은 없었는데도 이상하게 “오늘도 잘 살았다” 이런 기분이 들어서 좀 웃겼어요. 서른 되면 뭔가 대단히 안정적이고 단단한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회사에서 한마디에 기분 상하고, 편의점 할인에 기뻐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근데 또 그런 게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예전엔 하루를 평가할 때 성과나 결과 같은 걸 먼저 봤다면, 지금은 그냥 무사히 지나간 것만으로도 점수를 좀 주게 되거든요. 물론 아직도 체력은 예전 같지 않고, 야근 한 번 하면 다음날까지 여파 오고, 어깨도 뻐근해서 스트레칭이 도움될 수 있어요 수준의 몸이 됐지만요. 그래도 이상하게 오늘은 그 피곤함까지도 좀 인간답게 느껴졌어요. 다들 서른쯤 되면 원래 이런가요? 별일 없는 하루를 보내고도 괜히 뭉클해지는 날, 저만 그런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