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일상에서 제일 자주 하는 생각이 “오늘도 뭘 한 것 같긴 한데 딱히 한 건 없는 느낌” 이거예요. 취준 시작하면 뭔가 매일 대단한 자기계발 해야 할 것 같았는데, 막상 현실은 이력서 한 줄 고치고 커피 마시고 채용공고 두 개 보다 보면 기가 다 빨리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괜히 창밖 한 번 보고, 폰 만지작거리다가 또 “아 큰일났다” 한 번 해주고요. 진짜 이 루틴만 놓고 보면 제일 성실한 건 불안감인 듯합니다.
근데 웃긴 건 그렇게 늘어져 있는 날에도 소소하게 챙기게 되는 게 있더라고요. 아침에 너무 늦게 일어나면 하루가 통째로 망한 기분이라서, 요즘은 일단 세수하고 물 한 컵 마시는 것부터 해요. 엄청 대단한 루틴은 아닌데 이것만 해도 “그래도 오늘 인간 시작은 했다” 싶은 느낌은 있어요. 경기 살다 보니까 그냥 동네 한 바퀴 걷는 것도 나름 괜찮고요. 편의점 들러서 삼각김밥 하나 사 올 때도 이상하게 잠깐 사회생활한 기분 듭니다. 집에만 있으면 내가 배경화면인지 사람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서 그런가 봐요.
예전엔 소소한 걸 느낀다고 하면 좀 여유 있는 사람들 얘기 같았는데, 막상 지금은 그런 거 아니면 하루가 너무 휙 지나가요. 해 질 때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라든가, 빨래 잘 마른 냄새라든가, 저녁 먹고 괜히 책상 정리 한번 하는 거요. 별거 아닌데 그런 순간엔 “아 나 완전히 멈춘 건 아니구나” 싶습니다. 물론 10분 뒤에 다시 유튜브 쇼츠 늪으로 들어갈 수도 있음. 사람은 쉽게 안 바뀌니까요.
다들 요즘 일상에서 이런 소소한 거 하나씩 있나요? 거창한 목표 말고 그냥 “이거 하나는 괜찮더라” 싶은 거요. 저는 진짜 별거 아닌 걸로 하루 버티는 중인데, 오히려 그래서 덜 부담스럽긴 하네요. 취준이든 백수 라이프든 너무 의미 부여하면 더 지치는 것 같고, 그냥 오늘 커피 안 쏟고 살았으면 그것도 괜찮은 날 아닌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