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진짜 별거 없는 하루였는데 이상하게 오래 남네요. 아침에 눈 떴을 때부터 몸이 천근만근이라 출근길부터 한숨이 나왔어요. 예전엔 좀 피곤해도 커피 한 잔 마시면 어떻게든 굴러갔는데, 요즘은 커피를 마셔도 “아, 피곤한 사람이 커피를 마셨구나” 정도에서 끝나는 느낌이에요. 회사 도착해서 메일 정리하고 오전 회의 들어갔는데, 다들 멀쩡한 척 말하는데 저만 속으로 점심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서른 되니까 체력이 한 번에 훅 가는 날이 있네요. 이게 다들 말하던 그건가 싶고요.
점심은 회사 근처에서 김치찌개 먹었는데, 이상하게 그런 뜨끈한 국물 있는 날이 좀 위로가 되더라고요. 별 대화도 아니었는데 같이 밥 먹던 동료가 “요즘 얼굴이 좀 피곤해 보여요” 하는데 괜히 웃겼어요. 나만 느끼는 줄 알았는데 남이 봐도 티가 났나 봐요. 그래서 오후엔 괜히 자세도 고쳐 앉아 보고, 물도 좀 많이 마셔 보고, 계단도 일부러 걸어봤는데 이런 작은 것들이 은근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물론 퇴근할 때쯤엔 다시 방전 상태였지만요.
그래도 오늘 제일 좋았던 건 퇴근길 하늘이었어요. 특별한 일도 없었고, 성과가 엄청 난 것도 아닌데 노을 색이 좀 예쁘니까 이상하게 “오늘도 어쨌든 살아냈다” 싶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편의점 들러서 캔맥주 하나랑 과자 사 왔는데, 집 와서 씻고 늘어진 채로 한 입 먹는 그 순간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였어요. 예전엔 더 대단한 즐거움을 찾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이런 소소한 타이밍이 더 크게 와닿네요. 이게 나이 먹는 건지, 그냥 평범한 직장인 된 건지 모르겠어요.
다들 서른 지나면서 체력이나 기분 변화 좀 확 느껴졌나요? 저만 유난인 건지 궁금하네요. 피곤한 날 회복하는 자기만의 루틴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요즘은 무조건 많이 자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날도 있더라고요. 아무튼 오늘 결론은, 별일 없는 하루도 은근 진 빠지고 또 은근 위로가 된다는 거. 곶감은 이제 진짜 저녁 노을에 감성 차오르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