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진짜 별거 안 했는데 이상하게 하루가 다 갔네요. 아침에 분명 일찍 일어나보자 해놓고 알람 끄고 다시 눈 떴더니 이미 애매한 시간이라, 그 순간부터 하루의 분위기가 약간 정해진 느낌이었음. 경기 사는 사람은 알겠지만 오늘도 바깥 공기랑 햇빛이 사람 잠깐 현혹시키는 타입이라, 괜히 “나가서 뭐라도 해야 하나” 생각만 20분 하고 결국 집에서 커피 타 마셨습니다. 커피는 열심히 살았고 저는 그걸 지켜봤고요.

점심쯤에는 그래도 양심이 찔려서 자소서 파일 열었는데, 파일을 연 사람이 곧바로 생산적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문장 하나 쓰고 지우고, 예전에 저장해둔 버전 보고 한숨 쉬고, 괜히 채용 공고 다시 보다가 “우대사항”에서 또 기 눌리고. 취준이라는 게 체력전인 척하지만 멘탈전 맞는 듯합니다. 중간에 너무 답답해서 동네 좀 걸었는데, 걷다 보니까 편의점 들러서 삼각김밥 하나 사고 돌아옴. 운동도 했다고 하기엔 민망하고, 안 했다고 하기엔 발이 좀 억울한 정도.

오후에는 진짜 루틴이라도 지켜보자 싶어서 책 조금 읽었어요. 닉값 해야 하니까. 근데 책 읽다 보면 마음이 좀 진정되는 건 있는데, 동시에 “이렇게 차분할 때가 아닌데?” 하는 불안도 같이 와서 웃김. 쉬어도 죄책감, 안 쉬면 피곤함. 이쯤 되면 취준생 기본 옵션 같기도 하고. 그래도 오늘은 아예 손 놓은 날은 아니라서 그걸로 셀프 봐주기로 했습니다. 완벽하게 한 날보다 덜 망한 날을 쌓는 게 더 현실적인 것 같아서요.

다들 이런 날 있지 않냐. 분명 엄청 바쁘게 산 것도 아닌데 정신만 쓸린 느낌 드는 날. 저는 요즘 그런 날엔 억지로 분량 채우기보다 할 일 한두 개만 끝내고 넘어가려고 하는데, 이게 맞는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분들은 루틴 무너진 날 어떻게 복구함? 저만 맨날 재시작 버튼 누르는 기분이면 좀 서럽고요.